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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앤 스트레테지 개발 기록 – 바뀐 것들

기존의 디자인 기록에서 추가 변경 된 것들에 대한 정리를 해 보고자 한다.

수도원 / 모스크의 개선

수도원 / 모스크의 기본 방향은 게임 내 사용되는 기본 자원 중 하나인 ‘연구 점수’와 기본 세금 이외의 ‘골드’ 획득을 위한 시스템의 확보였다. 여기에 투입되는 주요 자원은 왕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장군들의 ‘행동력’ 이다.

연구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에 있어서 기존에는 단순히 책을 일렬로 쌓아 올리되, 운이 좋으면 같은 색의 책을 하나의 라인에 연속(Combo)으로 쌓아 올리면 보너스 점수를 획득하는 형태였다. 단순하게 클릭 만을 하게 만들고 지루하다는 의견이 반영되어 이 부분에 대한 시스템이 개선 되었다.

Research Points System

개선된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Match-3 방식의 퍼즐 형태를 띄고 있다. 3 권 이상의 책을 가로 – 세로 – 대각선 형태로 3권 이상 맞출 경우 이에 해당하는 연구 점수를 획득하게 된다. 여기에 추가하여.

  • ‘연구’ 해금을 통하여 한 턴에 획득 할 수 있는 연구 점수의 폭을 늘린다. 이는 후반부에 대량의 연구 점수를 획득하여 다른 연구를 해금하기 수월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이다.
  • 연구는 ‘시도 횟수를 늘리는 것’, ‘판의 크기를 늘려 콤보 확률을 늘리는 것’ 과 같은 종류의 연구를 게임 진행에 맞춰 배치한다.

외교의 개선 및 종교회의

단순하긴 하지만 그 단순함 때문에 밋밋해보이는 외교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하여 ‘그룹’ 이라는 형태의 시스템을 추가하였다. 각 왕국들은 게임에 세팅 되어 있는 외교 / 지정학적인 조건에 따라서 ‘그룹’으로 묶여 있다(이 그룹은 ‘~연맹’, ‘~동맹’, ‘~연합’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게임 내에 설정되어 있다).

종교, 종파, 지역에 따라 그룹이 지정되어 있다
종교, 종파, 지역에 따라 그룹이 지정되어 있다

그룹 내에 있는 경우, 기존과 달리 각 왕국의 사정 뿐만 아니라 ‘그룹’ 입장에서의 외교 행동을 개별 왕국들이 선택하게 된다(그룹 외부 왕국이 그룹 내 왕국을 공격하면 그룹 멤버들과 사이가 나빠진다거나 하는 식). 또한 그룹은 추가 시스템인 ‘종교회의’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역사상의 공의회에서 영감을 얻은 종교회의에서 플레이어를 비롯한 각 왕국은 종교회의에 몇 가지 안건을 올리고 이에 대한 투표를 진행 할 수 있다. 안건은 특정 상대를 외교적으로 공격하거나, 특별한 장군들(예를 들어 여성이나 이교도 장군)을 사용을 못하게 막는 등 게임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왕국의 표결 행동은 외교 상황 + 자신이 속한 그룹의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 된다. 이후 필요하다면 플레이어의 개입에 의해 표를 조작 할 수 있다.

여관(Tavern)

부족한 컨텐츠 추가를 위하여 확장된 장군 방문 장소. 기본적으로 여관은 휴식을 통한 ‘부대의 완전 회복’을 위한 기능이 존재한다.

기존 게임에서는 전쟁을 통해서만 장군 및 부대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고, 또한 이 문제로 인하여 컨텐츠의 소모가 극단적이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여관에는 ‘선택형 퀘스트’가 존재한다. 플레이어는 게임 초 중반 장군 성장을 위하여 이를 선택할 수 있다.

여관이라는 장소가 생김으로써 기존 ‘수도원 / 모스크’에 존재한 ‘장군 영입’ 시스템이 여관으로 이동, 확대 개편되었다. 기존의 장군 영입은

  • 특정 규칙에 따라서 새 장군이 수도원 / 모스크에 등장.
  •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고용.

의 두 단계를 거쳤지만, 이 시스템이 여관으로 옮겨오면서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 특정 규칙에 따라서 새 장군이 여관에 등장.
  • 플레이어는 해당 장군과 환담을 나눌 수 있다 – 소정의 비용이 필요.
  • 환담을 나눈 장군은 호감도가 점차 올라간다. 호감도를 완전히 체우면 해당 장군을 고용한다.
  • 호감도를 완전히 체우지 못한 경우라도 별도의 보상이 주어진다.

병영, 병기창 통합

베타 테스트 이후 지나치게 난해하고 동작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은 병기창을 병영과 통합하였다. 모든 부대 성장과 관리는 병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 병기창에서 처럼 ‘부대를 장군에게서 부터 빼내 왔다가 조합하고 다시 그 결과물을 장군에 넣는다’ 같은 복잡한 조작은 사라졌다.

기존 병기창의 기능은 병영에 통합되었다
기존 병기창의 기능은 병영에 통합되었다

각 클래스 트리 중 창병과 궁병의 경우, 각각 그 특성이 차이나는 분기형 트리를 도입함으로써 성장에도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창병 클래스의 경우 ‘방어, 공격, 공격 속도’에서의 선택을, 궁병 클래스의 경우 ‘곡사, 직사’ 중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 선택이 가능하다.

그밖에, 부대 성장을 다양화 하기 위한 ‘훈장 수여 시스템’ 등이 추가 되었다. 부대의 각 스테이터스를 개별적으로 올려주는 훈장을 개별 부대에 수여함으로써 서로간의 성능 차이를 이끌어내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

아미 앤 스트레테지 게임 디자인 연작 글 보기

게임 디자이너가 되어봅시다

최근 어떠한 계기로 인하여 팀 내에서 게임 디자이너 지망생에게 게임 디자인 코칭을 해주고 있습니다. 혼자서 구현이 가능한 범위 내의 간단한 게임을 디자인을 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 형태로 진행되는 이 코칭의 목표는 게임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들을 습득하는 것입니다-물론 지금 우리가 남들에게 이러 저러한 것을 가르칠 입장인가? 하는 것은 코칭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막연하게 ‘게임을 만들고 싶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지금까지 진행했던 코칭의 진행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게임 디자인의 연습

용이랑 마법이 굉장히 귀엽지. 나도 좋아해.
용이랑 마법, 굉장히 귀엽지. 나도 좋아해.

‘게임을 제작하고 싶지만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것은 누구나가 게임을 처음 만들기 직전에 돌입하는 상황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관련 동아리나 인터넷의 게임 제작 카페 등의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게임 제작과 관련한 각종 기술서적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는 관계로 예전처럼 정보부족에 허덕이는 일은 잘 없긴 합니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완전 초보가 접근하기에 적당한 규모의 책은 별로 없단 점이겠죠.

보통의 경우에는 이 시점에서 꿈은 장대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더 막막하게 다가오는게 대부분인 듯 합니다. 용사와 용이 나오는 풀 3D 그래픽의 장대한 판타지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요? 누구나 처음 농구를 시작하면 슬램덩크 부터 꽃아넣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일단은 그건 먼 훗날의 일로 미뤄둡시다. 게임을 제작하고 싶으면 일단 풋내기 슛 2만번 부터 시작을 해 볼까요?

보드 게임 제작

규모가 작은 보드 게임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 부터 시작을 해 봅시다. 보드 게임이라고 해서 부르마블이나 모노폴리 같이 복잡도가 지나치게 높은 녀석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로보77 이나 할리갈리 같은 카드 게임이나, 클루 같은 추리 게임들 정도로 규모를 제한합니다. 그럼 시작 해 볼까요?

게임 아이디어를 정리를 할 때 (아주 먼 옛날의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지망생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이겁니다. 아이디어 제안서의 첫 문장은 거의 대부분 이런식으로 시작하는거죠. ‘먼 옛날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악마가 그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게임 디자인 코칭이지 게임 시나리오 코칭이 아닙니다. 첫 문장을 지우고 다시 씁니다.

아이디어 제안서의 첫 머리는 이렇게 집어넣습니다. 이 게임은 어떠한 내용의 게임이며,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어떠한 부분이 매력적이고 재미있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겠군요

  •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의 진행 방식
  • 게임의 핵심 시스템, 메커니즘
  • 이 게임이 매력적인(재미있는) 이유: 위의 진행 방식에 근거한 구체적인 이유

위의 내용을 쓸 때의 주의 사항이라고 한다면 불분명하고 뜬구름잡는 단어나 문장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겠죠.

이 게임은 서로간의 병력 대결을 통하여 승리하는 것을 주 재미로 삼는다. – 실시간 전략게임 ‘별의 장인’

이 문장은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1)자원의 획득, 운영을 통한 상대보다 전략 상의 우위를 점하고, (2) 또한 개별 전투에서 각 부대를 직접 조작하여 상대보다 더 나은 조작으로 전투 우위를 점하게 한다. 이를 통하여 상대에게서 최종 승리하는 것을 재미 요소로 삼는다.  – 실시간 전략게임 ‘별의 장인’

게임의 주요 특징(Main Feature)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명시하라는 것은 앞으로 이 게임을 디자인 할 때의 ‘최종 목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게임 규칙의 작성과 테스트, 수정 등의 이후 모든 개발 진행은 이 주요 특징을 기준으로 진행을 하게 됩니다.

게임 규칙의 작성

간단히 게임에 대한 소개를 마쳤으면, 좀 더 구체적인 게임 규칙을 정리해 봅니다. 일단은 보드 게임으로 한정을 했으니, 어떠한 사항을 정리해야 할까요?

  • 준비물
  • 플레이 가능한 적정 인원
  • 주요 게임 규칙
    • 준비
    • 시작 및 기본적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순서
    • 게임의 종료 및 승패 판정
  • 주요 게임 규칙의 예외 규칙
    • 특수 규칙
    • 게임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처리(예외 처리)

게임 규칙을 작성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규칙으로 게임이 성립되는가?’ 입니다. 이를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직접 게임을 ‘머릿속에서 플레이’ 해 보는 것이겠죠. 아래의 체크리스트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일단 그 게임은 게임으로서 동작을 한다는 것입니다.

  • 게임의 진행이 정상적으로 순환하지 못한다
  • 플레이어의 어느 한 쪽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규칙이다
  • 플레이어의 행동 선택권이 없다
  • 행동 선택권이 있다 하더라도 최선 전략이 존재하고, 다른 선택권은 무의미하다
  • 플레이어가 선택 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운에 기대야 한다

의외로(숙련된 게임 디자이너의 경우에도) 새롭고 신선한 게임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하더라도 위의 체크리스트를 한번에 통과하기는 어렵습니다. 필요한 것은 반복적인 검토와 테스트, 그리고 룰의 수정이겠죠.

검증 – 프로토타이핑

어느정도 구체적인 게임 규칙을 완성했다면-그리고 기본적으로 게임으로써 동작을 하기 시작한다면 ‘재미’에 대해서 검증을 해 보도록 합시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게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연필과 종이, 그리고 주사위나 카드 등이 있겠군요.

게임에 필요한 준비물을 제작하고 바로 게임을 플레이 해 봅시다. 친구들, 혹은 형제자매 등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 할 시기입니다. 이때를 빌어서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내가 만든 이 게임을 네가 플레이 해 줬으면 좋겠어). 물론 뒤에 있을 후폭풍은 책임지지 못합니다.

당신의 게임을 해본 후 상대가 당신에게 느끼는 기분
당신의 게임을 해본 후 상대가 당신에게 느끼는 기분

자, 자신이 만든 게임을 지인들과 함께 즐겁게 플레이 하고 있을 여러분들의 모습이 떠오릅니까?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넋놓고 있으면 안됩니다. 여러분들은 지인들이 희희낙낙하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안되고, 자신의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면밀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주로 일어나는 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 게임 디자이너가 의도하지 못한 게임 플레이의 헛점, 어뷰저 발생
  • 게임이 진행 안 됨
  • 밸런스가 맞지 않음
  • 목표로 한 ‘주요 특징’이 게임에 나타나지 않음
  • 재미 없음(!)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고 프로토타입을 수정을 합시다. 이 때 플레이와 수정과 관련한 기록을 구체적으로 남기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메모는 기본이고, 플레이 장면을 사진이나 비디오로 촬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의 최우선 목표는 게임 디자이너가 위에서 목표로 한 ‘주요 특징’을 최대한 살려내는 것 입니다. 목표가 흔들리면, 현재 게임과 전혀 관계없는 해결책을 넣는다던가, 얄팍하게 게임 시스템을 하나 더 추가해서 현 상황을 타계하려 하는 수작을 부리게 됩니다.

마무리

여기까지(그러니깐 프로토타이핑과 반복 테스트와 수정, 그리고 확정)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면 여러분은 훌륭하게 게임 하나를 디자인하고 심지어 개발을 완료(!)한 상황이 됩니다- 물론 프로토타입을 상품으로 폴리싱(Polishing) 하는 일이 남았겠습니다만.

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프로토타이핑까지 어찌어찌 넘어가더라도 테스트 도중 험한 파도를 만나 프로토타입이 폐기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프로도 마찬가지). 이건 드문일이 아니고, 또한 당연한 일이니 좌절하면 곤란합니다.

물론 이 과정을 훌륭하게 마무리하더라도 이제 여러분은 게임 디자이너로써 풋내기 슛을 익혔을 뿐입니다. 더 많은 부분들을 익히는 것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사실 저도 아직 풋내기일 뿐). 그럼 여러분들. 모두모두 파이팅!

아미 앤 스트레테지 외교 시스템 디자인 기록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의 시작은 원래 전통적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여러 장치들을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예전에도 이야기 했다시피 프로젝트는 초기의 아이디어와는 완전히 상반된 형태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어가면서 게임의 성격이 변화됨에 따라서 외교 시스템 또한 ‘역시 있어야겠지?’라면서 자연스럽게 추가 되었다.

다행이도 외교 시스템 디자인은 전투 시스템 디자인처럼 혼란의 도가니가 펼쳐지지는 않았다. 목표는 단순했고,  우수한 사례의 벤치마킹을 수행하였기 때문이었다(라고 믿고싶다). 외교 시스템에 있어서의 디자인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 외교 상에 나타나는 복잡한 의사 결정을 단순화 시킬 것
  • AI 플레이어들의 외교 의사 결정은 사용자가 인지 할 수 있는 ‘납득 가능한’ 이유를 보여 줄 것
  • 사소한 외교 전략적 결정들이 누적되어 서로 다른 결과로 나타날 것

벤치마킹

첫 번째와, 두 번째 디자인 목표를 잡은 이후, 팀은 다양한 전략 게임에서의 외교 시스템 디자인 사례를 참고하였다. 1997년을 회상하는 게이머들이라면 필수라 할 수 있는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 범접할 수 없는 게임 크리에이터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 역사 시뮬레이션의 새로운 발전기를 그리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의 토탈 워 시리즈, 그리고 전략 ‘시뮬레이션’의 강자 페러독스 인터렉티브의 빅토리아 시리즈가 그것이었다.

삼국지 시리즈의 외교 시스템의 특징은, 국가간 정세를 수치화 정량화하여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외교 기능’으로 동작하는 성격이 강했다. 때문에 단순하고 직관적이긴 했지만, 외교는 단순히 일방으로 흐르기만 할 뿐 시스템으로 순환하는 체계는 아니었다.

그에 비하여 문명 시리즈, 토탈 워 시리즈, 그리고 빅토리아 시리즈 같은 게임들의 외교 시스템은 수치를 이용하여 정량화 시키고 이 수치들을 복잡한 계산을 통해 ‘외교 정세’와 ‘외교 행동’을 만들어내었다. 외교 시스템의 복잡도는 문명 → 토탈 워 → 빅토리아 순으로 높았다. 복잡도가 높을 수록 현실적인(즉, 거의 대부분은 분명 지루해할 만한) 외교 시스템의 제작이 가능했지만, 그만큼 단순하고 직관적인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가간 관계 정의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의 외교 시스템은 문명, 토탈 워, 빅토리아 시리즈 같은 정량적이고 상호 작용이 가능한 외교 시스템으로 가닥을 잡았다. 외교 시스템의 기본적인 규칙은 아래와 같다.

  • 양 국가간에는 하나의 ‘관계 점수’를 가진다
  • 이 관계 점수를 기준으로 AI 플레이어는 상대 국가에 대한 외교 행동을 결정한다
  • 관계 점수는 게임 상의 모든 외교 관련 행동들(전쟁, 선물, 교역 등)에 관련한 항목 점수를 합산하여 결정한다
  • 각 행동에 대한 점수는 ‘플래그(Flag)’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며, 일정한 규칙에 따라서 증감한다
외교는 관계점수 값에 의해 움직인다

관계 점수는 양 국가간 하나의 점수만 존재한다. 일부 게임들의 경우에는 ‘나에 대한 너의 점수’와 ‘너에 대한 나의 점수’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단순화를 목표로 이 부분은 과감하게 배제하였다.

관계 점수는 AI 플레이어들의 행동에 대한 기준이기도 했다. 전쟁 선포에 필요한 관계 점수 한계를 넘었을 경우, AI 플레이어는 지체없이 사용자에게 전쟁을 선포한다. 관계 점수가 모자르다면 군사 동맹 제의를 거절하기도 한다. AI의 타입을 선정할 때에도 이러한 관계 점수 기준의 폭을 조절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AI 타입을 만들었다. 어떤 AI는 사용자 국가에게 관대한 성향을 보이거나, 혹은 그 반대의 성향을 보일 수도 있다(하지만 결과적으로 AI의 성향은 관계 점수의 폭 보다는 종교 관계에 더 크게 영향을 받았다-이는 전체 시스템 디자인의 밸런스를 종교에 더 많은 영향을 받도록 설계한 탓이 크다).

관계 점수는 게임상의 거의 모든 행동들에 영향을 받았다. 특정 국가와 전쟁을 벌이거나, 동맹을 맺거나, 동맹과 싸우거나, 나의 적과 다른 국가가 싸운다던가 할 때 마다 관계 점수는 계속 요동 친다. 종교적인 이벤트(그러니까 십자군 선포)가 발생 할 경우에 기껏 쌓아놓은 관계 점수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때문에 국가간 관계 점수는 지속적으로 확인과 유지가 필요한 시스템이 되었다.

국제 정세란게 내 맘대로 안되는게 당연

외교 행동

아미 앤 스트레테지에서의 외교 행동은 ‘필요한 것만’, 그리고 ‘단순하게’를 목표로 결정되었다. 때문에 국가간 교역, 동맹, 선물, 조공 요구, 전쟁 선포, 휴전 같은 익숙한 단어들만 남았다.

외교 전략 옵션

외교 시스템이 ‘관계 점수 관리’를 강제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외교 전략’이라는 항목이 프로토타입 이후 추가 되었다. 사용자는 다른 국가들에 대한 관계 점수 관리를 옵션 설정 값 하나로 결정을 할 수 있다. AI 플레이어 역시 주변 국가들에 대하여 AI 성향에 따라서 관계 점수 관리를 할 수 있다. 이것은 매 턴 마다 관계 점수를 확인하기 위하여 외교 시스템을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을 어느 정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관계 인디케이터(외교 게이지)

처음 외교 시스템을 프로토타이핑 했을 때 문제점은, ‘나와 상대와의 관계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각 국가와의 관계 점수를 디스플레이 해주기는 했지만, 수치로 나열 된 데이터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찾는건 상당히 어려웠다(이것은 다른 게임들의 외교 시스템에서도 마찬가지 문제였다). 사용자는 어째서 AI가 이 상황에서 전쟁을 걸어오는지, 왜 AI가 나의 제안을 거절하는지 알지 못하였다. 상대의 반응에 대하여 플레이어가 납득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다.

관계 인디케이터와 외교 이벤트 연출

이러한 상황은 외교 UI에 관계 인디케이터를 집어넣으면서 해결되었다. 외교 창 상단에 해당 국가와 나와의 관계 점수 위치, 그리고 관계 점수가 어느 위치에 도달해야 상대가 외교 행동에 응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가감 없이 표기해 버렸다. 이것 때문에 장점과 단점이 생겼는데, 우선 장점은 ‘망할 외교가 정말 쉬워졌다’라는 것이다. 기존의 서구형 게임들의 외교는 상대의 ‘어투’나 ‘반응’에 주의하여 진행을 해야했다. 이 부분이 좀 더 사실적인 ‘외교’의 감각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주효하긴 했지만, 때문에 외교 시스템의 전반적인 난이도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을 했고, 이는 어느정도 들어맞았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외교 시스템이 직관적으로 변한 대신 그 직관 만큼 외교에서 상대 눈치를 보는 것 대신 ‘점수 관리’라는 외교 시스템의 본질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다들 이게 무서워서 그렇게 꽁꽁 숨겨둔 것인지도 모른다). 이를 커버하기 위해서 캐릭터들이 설전을 벌이는 형태의 연출을 최종적으로 삽입하였다. 맨 얼굴에 기초 화장을 다시 한 것 처럼.

현재

외교 시스템은 다른 시스템들에 비하여 상당히 초기에 디자인이 완성이 되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밸런스 조정만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외교와 관련한 이벤트 연출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꾸미는 부분에 대한 고민과, 전체적인 외교 정세를 어떻게 사용자에게  쉽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남아있는 상태이다.

다른 게임의 시스템 차용이라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을 통하여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하였다고 자평한다. 대박인걸?! 은 아니더라도 괜찮아 정도의 기분.

아, 그렇게 안일해서야 게임을 인정 받을 수 있겠나? 라는 불안감이 잠깐 엄습한다. 자 이제 글을 이만 줄이고 밸런싱이나 잡으러 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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