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F China 2012 사후 검토

IGF(Indie Game Festival)는 매 해 마다 전세계 인디 게임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전시회 겸 시상 대회이다. 전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들의 축제인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의 부속 행사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매 년 걸출한 인디 게임들을 발굴해 내면서 그 위상을 점차 쌓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매 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열리는 IGF 행사와는 별도로, 환태평양 지역(아시아 및, 오세아니아)을 대상으로 IGF China가 열리고 있다. GDC의 부속 행사인 IGF와 마찬가지로 IGF China 역시 GDC China의 부속 행사로 진행이 되며, 올해(2012 년)로 4회 째를 맞이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의 참가는 미미한 수준이나, 인디 게임 제작 팀 터틀 크림의 ‘슈가 큐브(Sugar Cube)’가 2010년에 Best Game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으며, 올해에는 우리 팀의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이 파이널리스트(Finalist)에 오르기도 하였다.

왼쪽부터 ‘슈가 큐브’, ‘FTL’, Dust Force’

IGF China의 전체적인 수준이 본진(?)에서 열리는 IGF에 비교하여 전반적으로 낮다라는 편견이 있지만, 시간이 갈 수록 그런 편견은 사그라들고 있는 추세이다. 2011년 파이널리스트인 ‘FTL‘ 이나, 2012년 최고의 오디오 부문(Excellence in Audio)을 수상한 ‘Dust Force‘ 등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게임들이 IGF China의 본선 무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으며, 그에 따라 상의 권위도 점차 향상되어가고 있다.

준비

인디 게임 개발 팀에 있어서 가장 목마른 부분은 역시나 ‘자기 자신을 남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진행하기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야기’ 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애시당초 IGF 및 IndieCade(크리에이티브 미디어 협의회Creative Media Collaborative에서 진행하는 인디 게임 공모전. IGF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디 게임 시상 대회이다)에 출품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비교적 이른 시기(5월 중순)에 접수를 마감하는 IndieCade에는 출품 요건에 해당하는 수준의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었고, 개발 일정은  IndieCade 이후 열리게 되는 IGF China 2012와 IGF 2013에 맞춰지게 되었다(참고로 IGF China는 9월, IGF는 전년도 10월 중순 경에 접수가 마감된다 – 모든 대회는 매 해 일정이 조금씩 변경되므로 접수 공지를 잘 확인하도록 하자).

물론 이보다 훨~씬 많은 공모전이 세상에는 존재합니다

처음부터 해외 발매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였으니 만큼, 게임의 현지화(Localization)은 당연히 진행되어야 했다. IGF China가 중국 내에서 열리는 대회이긴 하지만, 영어로 작품을 출품하는데는 별 다른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별도의 중국어 버전은 제작하진 않았다.

전략 시뮬레이션 특성 상, 많은 분량의 텍스트(특히 규칙을 설명하고, 팁을 주기 위한 도움말)들이 필수였지만, 프로젝트 참여 팀원들의 영어 실력은 일천하였기 때문에 영어 번역의 질은 장담할 수 없었다. 때문에 팀 외부에서 도움을 요청하였으며, 감수자 분들을 통하여 영어 번역물의 질을 올릴 수 있었다.

IGF China에 제출 할 버전은 특별히 중문으로 번역한 ‘인삿말’을 삽입하였다. 게임을 실행하면 메인 타이틀 화면에서 바로 출력되는 인삿말은, 프로젝트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프로젝트의 목적과 우리 나름의 의의를 전달하는 글을 실었다. 중국어 번역 역시 영어 감수와 마찬가지로 외부에서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였다(세 분의 영어 감수 및 중문 번역 지원자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프로젝트 스케쥴은 좀 빠듯하게 진행되었고, 마감 이틀 전에야 제출이 완료되었다. IGF China는 규모가 작은 관계로 아직까지지 등록비는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등록을 위한 별도의 지출은 없었다.

결선 진출

올해의 IGF China의 결선 진출작(Finalist)의 발표는 추석 명절 직전에 있었다. 추석 몇 일 전(그러니까 결선 진출작 발표 몇 일 전) 나는 개인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었다.

다행이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주변 친지들에게서 저런 질문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까방권 획득).

결선 진출작에 선정되면 해당 팀은 GDC China 행사가 열리는 중국 상하이에서 게임 전시 및 프로모션을 진행해야 한다. 행사에 참석하기 전 주최측에서는 행사장 벽지 인쇄에 사용 할 스크린 샷, 시상식 행사에 사용할 동영상(무려 3가지 버전) 등을 요구하는데, 팀 소개를 위한 동영상은 가장 많은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용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중국 입국을 위한 준비는 결선 진출작 발표 이후 바로 진행하였다. 중국은 여행을 위한 비자를 취득해야하고, 이 비자를 취득하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게 진행되므로, 미리 준비를 하는것이 중요했다. 중국에서의 행사 참석을 위한 모든 체류 경비는 팀에서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항공편 예약과 숙소 선정 등의 최우선 고려 사항은 항상 ‘비용’ 이었다(사실 어느 대회든 간에 결선 진출 팀의 체류 비용은 전부 본인 부담으로 알고 있다). 호텔은 저렴하면서도 상대적으로 행사장과의 교통편이 편리한 곳을 잡았는데, 비용대비 수준은 나쁘지 않았다. 숙소는 행사장에서 지하철로 1 정거장 거리였는데, 딱 하나 불편했던 것은 중국 상하이의 지하철은 출입 시 소지품에 대한 엑스레이 스캔을 매 번 했기 때문에 지하철로 이동 때 마다 시연 장비들로 인해 무거운 가방을 매번 스캐너에 통과시켜야만 했다는 점이다.

중국어 관람객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

이 시기의 게임 빌드는 IGF China를 위해서 진행된 버전이라기 보다는 2013년도 IGF 출품을 위한 버전으로 제작되었다-주로 자잘한 디버깅과 그래픽 디자인 폴리싱이 주를 이루었다. 이 버전을 기본으로 게임의 복잡한 룰을 중국어로 설명한 카드를 인쇄하여, 이를 시연대 위에 부착하였는데, 덕분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복잡한 룰들을 일일히 영어/중국어로 설명해야 하는 부담감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전시와 시연

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부터 시작한 GDC China는 상하이의 인터네셔널 컨벤션센터의 2개 층을 이용하여 진행되었다. 국제 행사라는 타이틀에 비해서 규모는 좀 작다는 인상이었다. 올해 행사에서는 3층과 5층의 컨퍼런스 장을 이용하였는데, 3층에는 상업 게임 회사들의 기업 홍보 부스가 있었으며, IGF 결선 진출작을 위한 부스는 5층에 위치하였다.

IGF 부스 전경 –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은 가장 오른쪽

각각의 결선 진출작에는 부스가 1개씩 주어지는데, 일반적인 사각형 박스 형태의 책상과 공간을 갖춘 부스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단순히 랩탑 하나 놓을 수 있는 공간(켄싱턴 락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이 함정)과 전원 콘센트 1개, 그리고 관람객들을 위한 의자가 각 결선 진출작을 위한 부스의 지원의 전부였다. 사실 가장 곤란했던 것은 부스 참석 인원의 쉴 공간이나 짐을 정리 해 둘 공간이 ‘아에 없었다’는 것.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 타임으로 진행되었던 행사 내내 서 있거나 벽에 기대 있었어야 되었던 것은 상당히 문제였다. 그나마 다음날에는 누군가 이에 대하여 주최측에 이야기를 한 듯, 간이 의자가 한 개 씩 더 추가로 지원되기는 했다.

세팅이 완료 된 시연대 모습

전시장의 분위기는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었는데, 전체적으로 행사가 상당히 느슨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행사 통제 요원들은 자리에 없거나, 혹은 IGF 부스에 와서 게임을 한다던가 하는 식이었고, IGF 행사를 담당하는 분은 둘째 날 시상식에서나 얼굴을 처음 봤을 정도. 식사 시간, 중요 행사 진행 준비 등과 관련한 안내는 한번도 받지 못하고 그저 각자 알아서 눈치껏 해결해야 하는 분위기라는건 주최측이 좀 안일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고, 그냥 전반적으로 각자 알아서 노는 분위기가 익숙해지면서 전체 부스는 조금씩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문제의 발생

GDC China의 첫 날은 주로 튜토리얼-게임 디자인 워크샵과 레벨 디자인 워크샵이 몰려있었기 때문에 주로 학생이나 초급 개발자들의 방문이 많았었다. 오전에 각 팀 별로 서로의 부스를 방문하면서 탐색전이 끝나고 오후가 되자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의 부스는 처음 입구의 가장 첫 번째 부스였다. 그래픽 디자인을 보고 관심을 보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 접근을 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여기서 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리 게임은 하드코어 게이머들이나 좋아 할 만한 ‘턴 방식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란 것. ‘캐릭터가 귀엽네요’, ‘그래픽이 아름답군요’ 라면서 자리에 덥썩 앉은 여성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5분을 못 버티고 바이바이. 게임 경험이 있는 남성 게이머들은 전체 게임 시스템 파악을 못해서 5분을 못 버티고 바이바이. 내가 직접 설명하는 장황한 영어 설명을 통과한 몇몇만 자리에 앉아서 지독하게 15분 이상 씩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던 것. 그나마도 초심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나리오로 인해 게임 오버를 당해서 다들 자리를 떠 버렸다.

이 게임은 턴 방식 전략 게임입니다

문제의 원인은 명확했다. 애당초 우리 게임은 턴 방식 전략 게임을 좋아하거나 혹은 경험이 있는 코어 게이머를 타깃으로 디자인 되었고, 많은 부분을 간략화했다 하더라도 보통의 캐주얼 게이머들이 접근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이 허들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시스템 숙지를 위한 시간이 장시간 소모되었다(게다가 전시용 튜토리얼 버전 제작 같은 것은 아에 생각도 안하고 있었던 것이 더 큰 화를 불렀다-GDC는 당연히 게임 마니아 급 개발자들이 오는 것 아니었어?! 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는 것은 이번 기회에 경험했다). 이로 인해 부스의 회전율은 당연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사람들은 겁에 질려 접근조차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점심 이후에는 다른 부스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한 데 우리 부스는 사람이 없거나, 멀찌감치 떨어져서 잠깐 구경하고 가는 불상사가 벌어졌던 것.

대책 수립

첫 날 행사가 끝나고 난 뒤에, 행사 복기를 하면서 대책을 수립하였고, 수행한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 플레이 시나리오 수정: 주변 국가의 병력 설정을 상성을 파악하기 쉽게 변경했다. 초반 전투에서 사용자가 좌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니깐 일단 전투요!’ 라고 요청한 부분도 있어서, 최대한 이길 수 있는 지역으로 공격을 들어가길 유도 했다.
  • 전시 패턴 수정: 시연용 랩탑에서는 일단 기본적으로 플레이 동영상(1분)을 상영한다. 어중간하게 전략 게임을 못하는 사람 대신, 동영상을 보고 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플레이 권유.
  • 인간 튜토리얼: 플레이어가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 기본 사항에 대해서 부스 인원이 처음에 간단하게 설명. 맵 보는 법, 명령 카드, 공격 실행 방법 등 핵심적인 내용만 추려내어 관람객에게 알려주었다.

숙소에서 스크립트를 수정하고 몇 가지 번역 관련 이슈를 수정하고난 이후에야, 다음날을 위해 잠들 수 있었다.

우리 게임을 즐거워하고 있다! (Photo by Leung, Kin Fung)

행사 둘째 날은 여러 분야 세션들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행사장을 오가고 있었다. 부스 운영에 대한 대책은 다행이 잘 먹혀들어가서, 일단 관심을 보인 관람객이 자리에 앉으면, 최소 30분 씩은 플레이를 하고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사람이 플레이를 하고 있으면 뒤에서 지켜보는 갤러리(…)들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전날과 같이 부스에 파리 날리는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오히려 게임에 관심을 보여준 분들이 플레이를 진득하게 해 주는 덕분에 좋은 피드백들을 많이 받을 수 있었고 부스의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포커스 그룹 테스트

부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소득은 사용자들의 행동을 직접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팀이 ‘외부 평가단’이라는 형태의 테스트 그룹을 운용하고 있긴 했지만, 그들 전원은 전부 원격으로 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사실 테스터들의 행동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했었다.

때문에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 우리가 게임을 제작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조작 인터페이스와 관련한 사항이었는데, 관람객들의 행동을 보면서 조작 인터페이스의 문제점에 대해서 체크를 할 수 있었다.

보통의 게임 회사의 경우 이러한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포커스 그룹(Focus Group)을 운영하면서 테스트를 진행하곤 하는데, 이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비용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우리와 같이 돈 없는 영세 개발자들이라면 자신의 게임을 외부에 시연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시상식과 행사 종료

GDC China 둘째 날 저녁에 IGF China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이미 대부분 알고계시겠지만 결과를 간략하게 이야기 하자면,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은 수상 실패.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해외까지 나가서 더 좋은 결실이 없었다는 것 때문에 실망한 것도 사실(수상작 리스트는 여기를 참조하자).

이후 IGF China에 도전하실 분들을 위해 이번 행사에 참석한 인상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면 아래와 같다.

  • (당연히) 대상 수상은 참신한 게임성과 함께 모든 것을 완성한 팀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기본 명제다.
  • 전체적으로 IGF China의 경쟁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 작년도 결선 진출작이었던 FTL이나, 올해 오디오 부문을 수상한 Dust Force 등은 이미 스팀 등에 등록되어 꽤 높은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을 받은 Cubetractor는 잘 만든 게임이었다. 우리와 같이 아쉽게 수상을 못한 Uncle Go! 역시 좋은 게임이었다.
  • 학생 부문 역시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가 있다. 단, 대부분이 플랫포머 + 퍼즐 형태의 게임이었기 때문에 인디 게임 답지 않은 폴리싱 경쟁이 치열하다는 느낌. 학생 부문의 수상을 노린다면 플랫포머 이외의 무언가를 노려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마지막으로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과 같은 형태의 하드코어 게임은 결선 진출 이상의 벽을 노리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다(SF 로그 라이크였던 FTL 역시 상을 못 받은 것을 보면 심증이 굳어진다). 전체적으로 쉽고 간단하면서도 참신함, 그리고 완성도를 갖춘다면 Best Game 상은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시상식 이후 행사 마지막날 아침, 부스를 다시 찾았지만, 다들 캐리어를 하나씩 끌고 와서는 어수선한 분위기만 연출 되고 있었다. 항공기 출발 시간을 이유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몇몇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파이드 파이퍼스는 IGF China의 모든 행사를 종료. 3일간의 여정은 여기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