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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에 관하여

한 때, 온라인 게임 시장이 열리고 한 해 국내에서 나오는 게임이 거진 100개 가까이 된다는 뉴스가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수많은 게임들 중 성공하는 게임은 몇 개 되지 않았다. 물론 성공의 기준을 어떤 것에 두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성공한다고 생각한, 혹은 성공해야 한다고 믿었던 게임들은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별로라고 생각한, 또는 실패해야 한다고 믿었던 게임들도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만든 게임도 그 중 하나의 성적표를 받았다. 처참한 성적표를 바라보며 누구나 할 만 한, 한 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어떤 점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일까? 튼튼한 개발팀은 기본이다. 좋은 개발팀은 어려운 길인 완성까지의 길을 갈 수 있게 해주고, 남들과 다른 게임을 더 빨리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게 해준다. 마케팅은 음식에 꼭 필요한 첨가물(예를들어 MSG)같은 존재다. 모 종편의 방송 같은데서는 악의 축처럼 이야기 하지만, 그건 가려먹을 수 있을 만큼 여유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서비스는 없어서는 안 될 이쁜 그릇과 담백한 반찬 같은 존재다. 가끔 까먹거나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장면에 단무지가 안오거나, 맛있는 스테이크가 락앤락에 담겨 나오는걸 생각해보라(물론 락앤락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락엔락은 자취생의 친구요. 신혼부부에게는 만능 용기이다).

또 무엇이 있을까?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일을 하고 있겠지. 위에 나온 것 들만 잘 했다면 게임이 성공했을까?   망하면 그 모든 과정이 실패로 가는 길로 보이고, 성공한다면 그 모든 방법이 성공을 위한 길처럼 보여진다. 다들 저마다 이유가 있었지만 개발자들과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생각했던 실패 요인은 ‘게임이 비슷비슷 하다’ 라는 점 이였다. 나도 그때는 저런 수준의 게임이. 표절을 벗어나기 힘든 수준의 작품이 성공해선 안된다 같은 순수한 정의감에 불타 올랐었다. 그래, 마치 게임계는 내가 지킨다는 그 정의감. 와우의 UI 나 단축키, 그래픽 스타일까지 그대로 베낀 게임을 보며, 왠지 한국 개발자를 대표해서 내가 부끄러워 지고, 게임은 창조적이어야 하며, 그렇지 못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하루에 30분이상 고개를 들고 다녀서는 안되는, 장르로 특성 상 같은 부분을 제외하고 조금의 의혹도 없이 순수한 창작물의 집합체여야 한다는 그런 정의감이 있었다. 사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건 정의감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꼰대질이다.

한 명의 소심한 개발자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 시대는 지나갔고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다. 전세계의 온갖 게임들이 하루에도 수 천, 수 만개씩 올라오게 되었으나. 그 수 많은 게임들로 인해 행복함은 잠시. 정의감에 불타는 순수한 게임이라는 종교를 가진 기사들은 앱스토어의 상황을 보며 아연실색 하기 시작했다. 당장 ‘2048’을 앱 마켓에서 검색해보라. 수 십개의 2048 뿐 만 아니라 비슷한 류의 게임인 ‘three’ 를 2048과 한 앱에서 즐길 수 있는 버전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올려놓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저런 게임들이 엡스토어에 올라오는게 민망하고 좌절스럽다고? 그럼 구글과 애플에게 따지자.

표절하지 않은 순수한 창작 게임은 어떤것일까? 애초에 순수한 창작물이라는게 있을까?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선이 표절의 경계일까? 어떤 분이 강연에서 말하듯, 과금 유저는 옳기 때문에 유저에게 판단을 맡길까? 그렇다면 매출 상위권에 오른 게임들은 표절작이 아닐까? 그럼 현명한 몇 명의 현자가(물론 보통은 그게 당신이라고 생각하겠지) 표절이다 아니다 판가름을 할 수 있을까? 순수 게임과 아닌 게임을 구분하고 순수하지 않은 표절 게임을 불태우는 나치에 라도 가입할 셈인가? 특허는 어떨까? 내년에 서드 임팩트가 온다는데 표절을 검색하는 기계는 아직 안만들어졌나? 그냥 양심에 맡길까?

얼마전 모 기자분과 인터뷰에 시뮬레이션 게임은 이번이 처음이냐는 질문에 중학교 시절 베껴본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 때는 좋아하던 모든 게임을 조악하게 베껴댔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와 ‘이스’를 하며 RPG를 베꼈고, ‘퍼스트퀸 4’와 ‘삼국지’를 하면서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었으며, ‘프린세스 메이커’, ‘페르시아의 왕자’, ‘라스 더 원더러’ 같은 게임들에 있는 기술을 어깨 너머로 훔치며 살았었다. 그냥 나도 저런 게임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행복했다. 물론 ‘만들 수 있다’ 와 ‘잘 한다’ 사이에는 정말 엄청난 거리가 있었고,  항상 기술적인 부분을 완성하고 컨텐츠를 체워야 할 즈음 다른 게임에 꽂혔다는게, 내가 일으킨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렇게 만든 물건은 PC 통신 게임 동호회 등에 올리는게 전부였고, 정말 레어템 떨어지듯 가끔 몇몇 분들이 ‘잘만들었고 더 이것저것 추가하면 좋겠다’는 메모를 보내 주시는게 전부였다. 시대가 지금이라면 나도 올리고 광고도 달고 했겠지. 그저 나도 이런 것 할 줄 알아. 이거 나도 만들 수 있고 만들었어. 칭찬해줘! 라는 생각에 말이다. 그게 지금 상황의 문제라면 문제일까?

혹자는 오직 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한다. 회사라면 좀 더 큰 포부를 갖고 전 세계를 휩쓸 수 있어야 하고.  게임강국답게(허상같은) 나라는 조그맣지만 그 조그만 나라가 전세계를 휩쓸 대작을 만들어야 한다고. (근데 전세계를 휩쓴 대작 게임 중에 순수한 창작물이였던가? 어린시절에 비슷한 게임을 수십 개나 해본 것 같은데…) 게임계의 발전과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모든 회사가 그런 숭고한 정신을 따라야 할까? 수 많은 회사들도 다들 그냥 자기가 좋아서 시작하지 않았던가?

“우리도 우리가 B급 게임을 만들고 있는건 안다. 하지만 B급 게임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지 않아도 어차피 그 자리에 해외의 B급게임이 들어올 뿐이다.”

어린시절 학교 근처 모 회사를 견학갔을 때 들었던 개발자분께 들은 이야기이다. 게임이 대단하지 않으면 어떻나? 그 게임을 해주고 즐겨줄 사람이 있으면 충분하지 않는가? 해외 게임들은 참신한데 국내 게임들은 베끼기나 하고 쪽팔린다고? 필터링 되서 들어오기 때문에 잘 모를 뿐 해외 게임들도 별 차이 없다. 모든 사람 or 회사들보고 독특하고 창의 적인 당신의 구미에 맞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게 종교적 신념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그래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너무 돈벌려고 게임을 망가트려가면서 까지 거지같이 만든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근데 막말로 돈을 위해 만들었으면 또 어떤가? 사람답게 사려면 돈이 필요하고, 사람 구실을 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한 세상이다. 돈을 벌기위해 자존심을 버리는 거, 이 세상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 일이다. 노동력을 고용주에게 제공하고 그에대한 대가로 급료를 받는 피고용자는 누구나 노동자다.

게임 하면 언제나 가슴이 두근대고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어떤 모험이 있을까 생각한다. 베낀 게임이라도 할 지 언정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몇 명이 되었든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게임의 기본적인 소임은 다 한 거 아닐까? 나는 사실 DDR보단 익숙한 노래가 나오는 펌프가 좋았다. 너무 단순해 보이는 비트 매니아 보단 좀 더 화려하고 곡도 많은 이지 투 디제이가 좋았고, 울티마 보다 신검전설2를 더 사랑한다. C&C 나 토탈커맨더 보다 다크레인에 빠져 살았다. 유저의 취향은 다양하니 그 취향의 틈새를 매꿔줄 수 있다면 그 유저에게는 최고의 게임 아닐까? 나의 취향에는 캔디가 터지는 것보단 동물이 터지는게 더 귀여워서 더 끌린다. 누군가는 잘 못된 점만 가지고 열화판 카피라고 이야기하지만, 적절한 현지화라고도 볼수도 있다. 본인들 게임을 현지화 하지 않았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여러 표절게임(퍼센테이지가 있겠지만) 부끄러운줄 알라고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삼국지의 설전처럼 적절한 커맨드로 상대를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면 아프면서 성장한다고 비난의 대상이 더더욱 성장한 좋은 게임을 만들어줄까?  그래도 굳이 꼭 힐난을 해야겠다면 차라리 이렇게 힐난하는게 어떨까? “왜 더 잘 베끼지 못했나? 왜 더 잘 베껴서 정말 좋은 게임을 만들지 못했냐? 그 좋은 게임을 베이스로 왜 나에게 더 즐거움을 주지 못했나?” 고.

나도 안다. 지금 내가 지금 하는 게임은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게임을 표절을 정당화 하는 것으로 보인 다는 것도. 그리고 돈을 벌기위해 하는 행동이 자체가 뭐가 잘못됬는가? 라는 이야기가 “어떤 수단을 쓰든 돈만 벌면 됬지.” 라고 생각하는 물질만능 주의 사람으로 보일 수 도 있다는 것도. 하지만 그런 시시한 사람들 두둔하며 합리화 하기위해 잠잘 시간을 쪼개 글을 쓰는게 아니다. 물론 나도 심각할 정도로 그대로 표절하는 범죄 행위에 대해서 두둔할 생각은 없다. 아에 ‘범죄다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 없다.

표절 게임이 차트의 상위권에 있다는건, 그 원본 게임이 정말 재미있고, 그 표절 게임이 그 원본게임을 잘 베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예전처럼 언어나 시장의 장벽 때문에 게임이 못들어오는 시장도 아닌데, 표절 게임에 원본 게임이 힘을 못쓴다면 그만큼 표절 게임이 원본 게임보다 현지화가 잘 되있고, 그 게임이 채워주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아닌가? 표절 게임을 하며 즐거워 한다고 해서 그 즐거움이 질낮음으로 비하되는게 옳은 일도 아니고, 한국 게임 시장질을 떨어뜨렸다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내가 어떠한 게임을 좋아할 때는 이렇다. 내가 해본, 혹은 해보지 않은 어떠한 게임과 유사하든 유사하지 않든 재미만 있다면 상관없고. 그래미상 수상자가 노래를 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듣기 좋다면 되고. 독특하지 않더라도 나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비주얼이면 충분하고, 납득할만한 플레이 타임이고, 적절한 지불 액수라면 그 게임이 어떤 게임이든 누가 만들었든 상관없이 즐길 것이다. 그것이 내가 게임을 대하는 순수한 태도이다. 당신들은 어떠한가?

게임 개발과 빨간 차와 화재

어릴적 생각했던 나의 미래는 항상 8차선 고속도로 같은 것 이어서,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나진 못했지만 내 능력으로 모든걸 해쳐 나갈 수 있을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물론 그 고속도로에서 뚜껑 열리는 외제 스포츠카와 긴머리 여성 그리고 다른 차를 빠르게 추월하며 달리는 것 같은 허황된 꿈을 꾸진 않았다. 하지만 노력하다보면 적어도 그 근처에 다가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내 나이 서른 둘.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 보다는 남들에게 “이미 어떤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하는” 그런 나이다. 어릴적 꿈꾸던 그 어떤 사람은 3개 국어 쯤은 능숙하게 하고, 어느 작은 회사의 이사 정도는 되어있겠지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늦바람 인디질로 10년 동안 모은 돈과 커리어를 들이붓고 있고, 계속되는 출시 연기, 거듭되는 연기로 벌을 받았는지, 결국 그 연기가 살고있는 집안에 가득찼다. 화재라는 방식으로…

반도의 CSI
이런것도 왔었다

중 2병 같은 이야길 하고 있는 것을 보신다면 다들 눈치 챘을 것 같다. 바로 개발자의 사춘기. 아니 여러번 왔다 갔으니 오춘기나 칠춘기 정도가 왔다. 그 시기는 여러번 왔고, 회사를 다닐 때는 여러 방법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거나 해쳐 나갔는데, 약 2년 전부터 미묘하게 균형을 이룬 삶을 계속 살다보니 그냥 고민만 할 뿐 적극적으로 해쳐나갈 노력을 하지 않게 되고, 그렇게 B형 간염 같은 만성 질환이 되버린 그 고민들은, 슬럼프라는 동거인을 데려왔다.

사실 슬럼프에 빠진 것은 일년도 더 됐고, 자기 혐오와, 재미를 만드는 법에 대한 자신감 상실. 마른 몸에 툭 튀어나온 똥배 등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상황 반전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정말 게임을 낼 생각이고, 일정이 박아 넣고 작업한다면, 회사에서 일할 때와 마찬가지로 반 강제적인 방법으로라도 슬럼프를 뛰어 넘을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알량한 생각으로 시작 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동안 내 기분은 고딩 시절 버스대신 걸어가던 때와 비슷했는데, 오만가지 잡 생각이 들어 한가지 생각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우리 게임을 기다려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기뻤고, “한국 인디 게임이니까” 같은 느낌으로 도와 준다 싶을 땐 “내가 심형래, 황우석처럼 행동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배고프고 힘들지만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든다” 같은 류로 비춰질 땐 “딱히 심하게 배고프고 힘들진 않은데…” 같은 생각을 하거나. 우리가 만들 게임을 기대한다기 보단 다른 외적인 이야기들을 좋아하시는구나 싶을땐 좀 씁쓸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가지 생각에 멈추었고 그 생각이 발단이 됐다.

“부끄럽다”

미심적고 조금 아쉬운 부분들을 일단 프로젝트를 완료를 위해 두번째 작품 때 하기로 하고 미뤄두었다. “윈도우 8 세상에 적어도 윈도우 XP 같은 걸 만들겠다고 약속 해놓고, 윈도우 3.1이나 95를 쥐어 줄 생각이였구나. 적어도 98은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기를 결정했다. 가장 맘에 안들었던 전투 부터 시작해서 게임 시스템을 거의 전부 엎고 있다. 사실 아직도 얼마나 더 남았는지 모르겠다.

어딜 가든 사람들이 게임 출시일을 물어본다. 나는 장난 삼아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주는 시늉을 하며 가져가라 한다. 다들 왜 그렇게 게임이 안나오느냐고 묻는다. 취미 활동이라서 라고  대답했다. 뒤늦게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의 행동과 나의 생각을 정확히 집어주는 단어 같다. “취미 활동”

취미 활동이기에 다듬을 수 있을 만큼 다듬고 있다. 취미 활동이기에 남들에게 간섭받고 싶지 않아 직접 사무실을 얻어 2년째 하고 있고. 취미 활동이기에 플랫폼으로 PC 버전을 생각할 수 있었다. 사업이었다면 일찌감치 출시했을 것이고,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보기 위해 여기저기 창업 지원 센터를 기웃거리고, 창업 프로그램에 따라다니느라 시간을 썼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초창기에도 모바일 타겟으로 프로토타이핑을 여러개 하다 툭 던진 말도 “이런거 만들려고 회사 나온거 아니다” 였다. “조금 더 진지한거 해보자”, “어릴적 부터 이런걸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런 얄팍한 취미스러운 느낌으로 여기까지 왔다.

항상 혼자만 낭만 쫒는것 같아 가족이나 결혼할 분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곧 결혼할 놈이 취미활동이라니 결혼할 분에게 정말 미안할 따름이다 – 웹툰 미생 중(윤태호 작)

그렇게 나의 작업을 취미 활동으로 정의하고, “나는 그 동안 무엇을 해왔나?”, ”왜 슬럼프가 왔고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가?” 를 생각 해보았다. 얼른 끝내야 한다는 조급함때문에 집으로 일을 끌고 들어왔고, 일을 하는 것도 안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모습으로 매일 새벽에 주말까지 눈을 뜨고 있었다. 회사를 다니던 때와 관둔후를 비교해 보니 별 반 다를바 없는 삶이었고, 돈 까먹으며 놀고 있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더 옥죄고  조급하게 했다. 그래서 일단 여유를 갖자 생각을 바꾸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선을 조금 다른 곳으로 돌려보기로 했다.

빨간 차를 샀다. 소형의 문짝 두 개에 좌석도 두 개인 쿠페다. 빨리 달리면 날개도 올라온다. 그리고 그 옆에는 긴 생머리의 나와 결혼할 여성도 타고 있다. 하지만 노랑 머린 아니다. 뚜껑도 열리진 않지. 첫 차로 좀 버겁기도 하고, 달리기 위한 차라 노면상태가 좋지 않으면 정말 천천히 다닌다. 누군가 긁을 까봐 어딜가도, 지붕이 있고 CCTV가 많이 있는 주차장에 돈내고 넣어둔다. 처음엔 매일매일 운전했고 주말마다 차를 몰고 가려고 했다. 물론 또 다른 취미거리가 생긴다고 해서 슬럼프가 무작정 해결 되진 않았다. 다만 30대 초반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게임 개발, 인디 개발질 말고도 다른 이야기 꺼리가 생겼다는건 확실하고, 조금 더 삶이 생기가 생겼다.

운전은 삶에 생기를 준다.
운전은 삶에 생기를 준다

그리고 살던 집에 불이 났다. 옆 건물에 불이나서 옮겨 붙었다. 우리집에는 불이 붙진 않았지만, 집안 가득 연기가 차있었기 때문에 집안의 모든 곳이 엉망이 됬다. 안전 평가가 끝나기 전에는 들어가 살 수도 없고, 앞, 위, 옆,집들 덩그러니 비어있는 폐허 같은 곳에 혼자 들어가 있고 싶지도 않아서 한 두달은 밖에서 지내야 할 것 같다. 그냥 집에 불난김에 사무실에 아에 살면서 일이나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작년 여름에는 사무실 건물에서 가스 폭발도 있었지(한참 아래층이긴 했지만). 몇 달 후 결혼식도 잡혀있는걸 생각해보니. 가스 폭발에 큰 불. 그리고 로맨스! 해외 로케신(IGF China)까지 있었으니 정말 블록 버스터급 개발을 하는 것 같다. 자금 형편 상 블록 버스터급 게임을 못 만들지만, 개발 과정만은 블록버스터 급이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아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때문에 쓴 글이라 두서가 없다. 사실 그간 일어난 일들도 두서 없었고, 개발도 두서없이 진행됬다. 정신이 없었고 해야할일들도 많았고 결정되지 않은 일도 많았다. 그래서 아무것도 공개하지 못했다. 그래서 게임을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개발은 하고 있다고, 이렇게 저렇게 하고있다고 이야기 해야겠기에 일단 글을 써보았다. 두문 분출했단 몇 달간의 개발물은 이제 조금씩 공개할 예정이다.

UMC의 노래 중 ‘삶은 다양한 방식으로 너에게 수작을 걸꺼야.’ 라는 가사처럼, 살다보면 별의별 일들을 겪게 된다. 아직 슬럼프는 끝나지 않았고.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은 많아 개발도 지연되고 있고. 집에는 못 들어가는 와중에 예비군 훈련도 나오고. 전 국가 적으로 전기가 부족하다고, 저녁시간에 에어컨도 꺼버려 더위와 싸우고 있다. 그럴때 마다 평상심을 갖고 “이건 뭔 개수작이야?” 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P.S. 노파심에서 이야기지만 (당연히) 크라우드 펀딩으로 차 산건 아니다(……). 그건 다음에 쓸 “인디 게임 개발과 돈” 이라는 글에서 해명하도록 하겠다. ‘-’)y-~

쿨하지 못해 미안해

프로젝트를 크게 성공시킨 업계의 네임드 개발자가 아니라 글을 자격이 되나 싶긴하다. 그래도 꿀위키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을 보니 답답해서 글을 안쓸 수가 없었다. 꿀위키에 대해서 부정적인 느낌을 갖는 분들이 하는 이야기는 이하의 이야기 정도로 정리가 된다.

  • 니가 뭘 알아?(회사에 대해서 네가 아는건 극 소수야.)
  • 업계 외부 혹은 지망생들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말자. ( 일하는 사람들 기가 꺽인다. 업계 내부 사람끼리 싸우지 말자.)
  • 안그런데가 어딨어? (어디나 다 똑같아. 근데 왜 너만 그러니?)
  • 왜 공개된 공간에다 회사 이야기를 쓰고 그러니?
  • 그딴 글을 쓰는 너는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불평분자야!(그런걸 쓰는 네가 문제야!)

문구를 정리하면서 좀 속이 탔다. 아무리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이고, 평생 그 꼴을 봐와서 그런 것인지. 정부가, 기업이, 혹은 정당이 자기들의 이득을 변호하기 위해 하던 논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꼰대랑 싸우면 꼰대가 된다 했던가? 결국 세상 모든 만물은 프렉탈구조로 되어있나 보다.

“니가 뭘 알아?”

그 회사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혹자는 나간 사람들이 나쁜 말을 퍼트린다고 하고, 또 다른 혹자는 회사에서 바꿀 용기도 없으면서 저런 글을 쓴다고 욕한다. 누군가의 트윗처럼 꿀 위키에 모인 회사에대한 이야기 혹은 헌담들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기.” 와 다름 없는 글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많은 장님들이 모여 서로 만진 부분에 대해서 이야길 하고 평균을 내보면 완벽하진 않지만 대충 와꾸는 나오게 된다. (이 말을 누가 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여러 파트의 서로 다른 사람들이 협업해서 게임을 만들 면서, 모든 파트의 일을 하지 않으면 그 게임은 내가 만든 게임이라고 말하면 안되는 걸까? 나는 그 게임을 만들면서 이런일이 있었다 라고 말할수도  없는걸까? 그럼 그 게임에 대해서. 그리고 그 회사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 일까?

“업계 외부 혹은 지망생들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말자”

왠지 선비스러운 이 이야기는 참 한국에서 살면서 많이 보던 모습이다. 손님이 오기로했는데 김군이 안방에 똥을 싸질러 놨다고 치자. 똥은 치울  생각은 없이 신문지로 안보이게 덮어 놓자. 신문지론 냄세가 좀 나니까 패브리즈도 뿌리자 그러면 없는거나 다름 없지 않을까 정도의 이야기다. 결국 그들을 속이자는 이야기 기도 하고. 게임 업계의 처우에 대해서 토로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내 20~30대가 가질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좋은 직장을 게임업계가 제공해 준다고 생각한다. 고졸에 영어도 못하고, 양발을 벗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한 겨울에도 반팔이 아니면 코딩이 안되는 나같은 사람이 밥벌어 먹고 살 수있는 곳 아닌가? 그렇게 자신없나? 그래도 큰 회사들은 좋은 이야기도 많이 올라 오더라. 그리고 숨길생각 하지말고,  아이덴티티 게임즈나 제니퍼 소프트 처럼 그냥 좀 실재로 긍정적으로 바뀌면 안되나?

“안그런데가 어딨어?”

는 “어디든 다 똑같으니까 채념하고 살아.”라는 말이다. 물론 어디나 비슷하고 맘에 100% 드는 회사가 있을린 없다. 그래도 조금씩 고쳐 나가야, 좀 더 좋은 곳을 찾아 나서다 보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모 분 께서 술드시면서 하던 말이. “대학 시절, 주 5일제 실행하라고 데모하다가 잡혀가서 전과자 된 친구들이 많은데, 사회는 주 5일제 세상이 되었고, 그 친구들은 아직도 전과자다. 라고 이야길 하시더라.” 아무도 요구 하지 않았는데 정부와 기업에서 알아서 바꿔주었을까? 불평 터트린 사람이 총대를 매게 된거고, 열매는 모두 받게된다. 도와주지는 못하더라도 뒤통수에 150 km/h로 짱돌을 던지진 말아야 하는거 아닌가?

“왜 공개된 공간에다 회사 이야기를 쓰고 그러니?”

그건 개인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는건 상관없지만 SNS에서 선거에 대한 글을 쓰면 위법. 이라고 하던 선거법과 다를바 없는 이야기로 보인다. 꿀위키 측에서 룰을 개정하고 근거없는 이야기를 걷어 낸다면 회사에 입사 전 회사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소스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때는 법을 어겨가면서 1/13을 하는 회사도 많았고 월급을 못 줘서 직원이 퇴사하는 상황에서 신입을 또 뽑는 회사들도 있는데 좀 이런 블랙리스트에 올라갈만한 회사들을 걸러내는 장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욕먹으면 회사도 바뀌지 않을까?

“그딴 글을 쓰는 너는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불평분자야!”

라는 이야기는 한국에서 흔히 하는 공격 방법이다. 모든 문제는 너가 문제고 니가 잘못이야 사회탓 하지마.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 라는 정도의 이야기. 내가 경력자로서 신입 프로그래머를 만나면 해주는 이야기중 하나는 “조금이라도 불편한건 참지 말라”는 내용이다. 가령 편집기에서 다음 단어로 이동하고 싶을때 화살표를 눌러서 이동하면 불편하니까 컨트롤 + 화살표 키를 찾아서 단어 단위로 이동해라. 같은 식이다. 사실 불편함이 일상이 되면, 삶의 모든 일은 평탄하고 순조롭다.  근데 그건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지 긍정적인 태도가 아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것. 당장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아는것. 사실 그게 진짜로 더 긍정적인 자세 아닐까? “좀비 생활도 재미있고 편해. 죽지 않는다고. 씻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너를 한번 만 물자. 좀비가 되자.” 라고 주위에 말하고 있지 않나?

사실 아청법이나 셧다운, 심의 관련 이야기 때보다 더 많은 개발자들의 반응이 보이는 것 같아서 참 착찹하다. 밥줄보다는 자존심에 더 발끈한다는 느낌도 받는다. 어느 회사란에나 써있는 이야기 중 하나인데 “무능한 상사 or 관리자 가 있다.” 라는 내용이 있다. 이 내용 때문에 현업으로 경력이 많으신 분들이 방어 기제가 동작하는 것 같다. 근데 사실 따지고 보면 어느 회사나 무능한 관리자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무능한 직원은 쉽게 짤릴 수 있지만, 무능한 관리자는 회사에 계속 붙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피터의 법칙(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이 무능력해 보일 위치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으로도 이야기 해줄 수 있다. 그리고 무능한 관리자라는건 실력이 부족하거나 사람이 나쁘다는게 아니고(물론 그런 경우도 간혹 있지만…) 관리가 어떤 것인지 모르고 관리자가 된 사람들에게 붙여지는 경우가 많다. 이미 있는걸 뭘 어쩌란말인가. 그냥 좀 쿨하게 넘기면 안되나? 콕 찝어서 ‘너’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문명 온라인 발표 때 유저의 안돼라는 발언에 쿨하게 안되는 이유를 물으시는 반도의 흔한 사장님

네이버에 “xxxx회사 어떤가요?” 라고 구직자의 질문이 올라오고 답변으로  “절대로 가지마세요. 집에도 못가고 지옥입니다.” 라는 답변이 달리는 회사에 다녔었다. 물론 저 답변은 Case by Case 였고 팀간에도 차이가 많았다. 하지만 어쨌든 회사에서 누군가에게는 확실히 그랬다. 프로그래머를 뽑아야 했지만 회사의 소문도 좋지 않고, 연봉테이블도 높지않아 경력직원 이력서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갖 졸업하신 신입 분을 면접보며 이렇게 이야기 드렸다.

“연봉이 적은 건 어쩔수 없고, 애매한 팀으로 갈 경우 힘드실 수 있습니다. 대신 교육 통해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게 만들 것이고, 1년 안으로 본인 이름 들어간 타이틀 낼 수 있도록 해드릴 껍니다. 제가 약속해드릴 수 있는게 그정도 입니다.”

물론 입사하셨고 게임도 내셨다. 그냥 잘못된건 그냥 쿨하게 받아들이고, 장점을 극대화 시키면 사람은 따라온다. 그리고 그게 내가 생각하는 관리의 포인트 중 하나 이기도 하고. 흠결이 없는 사람이, 회사가 어디 있을까? 모 후보의 슬로건처럼 100% 국민 통합되면 그게 더 무서운거 아닌가? 그냥 좀 더 정리해서 말하자면 당신들 말대로 찌질한 애들이 부정적인 이야기 쓰고 노는데 그냥 좀 냅둬라. 찌질이들 노는데 뭘 크게 신경을 쓰나? 억울하면 좀 보란듯이 회사를 밸브처럼 추앙받는 회사로 바꿔 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