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 해야 할 이야기들

팀 파이드 파이퍼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의 크라우드 펀딩이 어제(2012. 11. 22.)부로 텀블벅에서 시작되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펀딩 시작 후 하룻밤 사이에 목표 금액 5,000,000 원의  60% 정도의 금액이 모금되었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그 금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크라우드 펀딩 진행과 관련하여 우리 팀이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파이드 파이퍼스가 선택한 선택들이 ‘옳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은 없습니다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 또한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걸어가실 분들을 위한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펀딩 규모에 대하여

해외 서비스인 킥스타터(Kickstarter)가 전세계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 사례를 전파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성장을 했고, 더불어서 펀딩 규모 역시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커졌습니다.

역사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킥스타터에 거액의 펀딩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한 첫번째 사례로 올해 3월 13일에 펀딩에 성공한 더블 파인(Double Fine)의 Double Fine Adventure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설적인 어드벤쳐 게임 개발자인 팀 샤퍼(Tim Schafer)가 속해있는 이 팀은 미화 400,000 달러(한화 약 4억 3천 4백 만원)의 펀딩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미화 3,336,371 달러(한화 약 36억 2천 만원)를 펀딩하는데 성공합니다. 네, 그들은 원피스를 찾아내었고, 이후 킥스타터의 게임 프로젝트들의 몸집을 불리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대 크라우드 펀딩 시대가 도래한 것이지요.

국내의 크라우드 펀딩은 역사가 더욱 짧습니다. 다수에 의한 소액 펀딩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우리나라에 크게 홍보가 되었던 것은 영화 ’26년’의 영화 제작비 펀딩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10 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목표 금액으로 인하여 결국 실패했습니다). 또한 마사토끼 님의 장편 ‘맨 인 더 윈도우(Man In The Window)’를 통하여 웹툰 쪽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붐이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게임 프로젝트로는 변변하게 성공한 프로젝트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임’으로써 성공한 프로젝트는 보드 게임 뿐이며, 비디오 게임 쪽은 아직 성공 사례가 요원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게임 개발비용에 비하여) 소액의 펀딩 규모는 소규모 제작 팀의 도전을 더욱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팀의 펀딩 목표 금액인 5,000,000 원은, 목표액을 설정하고자 할 당시, ‘펀딩 실패 위험이 가장 큰 금액’으로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국내에서는 게임 프로젝트가 3,000,000 원 이상의 펀딩이 성공했던 사례 자체가 없었으며(정확하게는 성공했으나 펀딩이 중단 됨), 국내에서 이러한 형태의 펀딩 참여 문화가 아직은 정착 단계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팀 구성원 중에 팀 샤퍼 같은 전설이 없다는 점 등의 위험 요인과 약점들이 확인 되었습니다(오해하진 마세요, 이 글을 쓰는 저 빼고는 다들 게임 개발 경력이 출중하신 베테랑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설정액인 5,000,000 원은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개발비의 일부만을 차지하는 금액입니다. 이미 작년에 단순히 팀을 유지하는 비용으로만 목표액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소모하였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비용이 지출되었습니다. 솔직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 정도의 펀딩 규모는 팀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진 않습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의 규모를 5,000,000 원으로 설정 한 것은 규모를 조금씩 천천히 불려서라도 인디 게임 제작/인디 게임 제작 크라우드 펀딩의 판을 키워야 된다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에게는 모자란 듯 보이는 금액이더라도 펀딩 사례를 남김으로써 우리보다 더 여유가 없는 다른 팀들이 도움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펀딩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목적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게임을 사랑해주시는 여러분들이 없다면 펀딩은 성공하지 못 할 것 입니다.

2. 국내 배포

크라우드 펀딩 후원 보상에 게임의 패키지 카피와 함께 스팀 다운로드를 제공한다고 하는 것은 국내에 우리 게임을 유통하겠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국내에서 게임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미 파이드 파이퍼스는 작년에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항의로 국내 시장에 게임을 팔지 않을 것이라는 공지를 올린 바 있습니다. 그때로 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게임에 대한 규제 상황이 호전되기는 커녕 악화일로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원 보상에 제품 제공도 없이 펀딩을 진행한다던가, 혹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후원 보상으로 국내에 게임을 배포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배포 버전에 대한 게임의 한국어 지원, 사후 지원 등의 서비스는 후원자 여러분들을 대상으로 합법적인 방법으로 진행 할 예정입니다. 과거에 내 뱉은 말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용서와 이해를 부탁드리며, 이번 펀딩에 대한 저희들의 목적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3. 후원 보상에 대한 변명

후원 보상 기준이 지나치게 높지 않냐는 피드백을 어제 펀딩 스타트 직후에 받았습니다. 좀 더 낮은 금액에 최소 수준 리워드(디지털 다운로드만 제공한다던가 하는)를 제시하면 어떻겠냐 하는 의견이었습니다.

최저 보상 기준인 2만원은 차후 게임 발매 시 적용될 정가 + DVD 카피 프레스 비용 입니다. DVD 카피는 크라우드 펀딩 이외에 유통시킬 생각이 전혀 없으며, 한정 분량만 생산 할 예정입니다. 이 안을 설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텀블벅에 후원해 주시는 인원의 대부분이 국내 수요의 전체라고 가정한다(최저 리워드로 펀딩 성공 시 250명 예상). 수요 대기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든 게임을 제공해야 한다.
  • 다운로드 제공 방식은 스팀 등 전문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한, 소규모 팀에서는 서버 유지 관리 등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 사실상 우리 게임을 첫 구매해주시는 분들과 마찬가지이므로, 디지털 이외의 실물에 대한 보상도 있어야 될 것이라 판단.
  • 펀딩 규모에 고려한 실물 중 가장 적합한 대안은 DVD 프레싱 뿐이다(다른 보상들이 검토되었지만, 펀딩 규모를 초과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DVD 프레싱이라고 하더라도 이른바 ‘한정판’, 혹은 ‘특별 소장판’ 등과 같은 화려한 구성을 준비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릅니다(그저 DVD 케이스 + 케이스 인쇄 + DVD 카피 + 배송비 + 심의 비용일 뿐이지만, 전체 펀딩 금액의 1/5가 순식간에 날아가버립니다-심의 비용이 전체 제작비의 절반이란 부분은 그냥 웃어넘깁시다). 이런 보상은 저희로써도 아쉽지만, 더 좋은 보상은 ‘판’이 좀 더 커진 이후에 생각을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파이드 파이퍼스의 존재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접근하기에는 설정한 초기 비용은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대안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바다 건너 해외에서는 지금도 전설급 개발자들이 자신의 개인 프로젝트를 위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개설하고 억대의 자금을 확보하여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런것이 시기 상조라고 생각하시나요?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면 언제든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게임을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게임을 즐기고 게임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당신의 맘에 드는 프로젝트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따뜻한 응원과 함께, 소액의 후원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외는 억대의 돈을 모으는데’ 같은 자괴감 보다는 지금 하는 후원으로 언젠가는 한국의 더블 파인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희망으로 후원을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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