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앤 스트레테지 전투 시스템 디자인 –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12년 6월 경. 프로젝트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을 했을 무렵. 게임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의 글 들은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시스템 디자인 기록’이라는 동일한 제목을 가지고 있었고, 총 두 편(전투 시스템, 외교 시스템)의 글을 작성하였었다. 외교 시스템의 경우에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에와서도 AI 개선 정도의 수정 사항 이외에 커다란 변경점은 없다.

게임의 전투 시스템은 2013년 2월, 리뉴얼을 선포 한 이후 대대적으로 개편되었다. 기존의 퍼즐 조합 형태의 자동 전투는 IGF China 2012 출품 및 행사 시연 당시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노출하였었고,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이 진행 되는 도중에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갈아엎는 무모한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

이번 글에서는 예전 글에 이어서 전투 시스템 리뉴얼의 결정과 지금의 전투 시스템에 이르기까지의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서 정리를 해 보고자 한다 – 이전의 전투 시스템 디자인과 관련한 기록은 ‘아미 앤 스트레테지 전투 시스템 디자인 기록’ 글 참조.

문제점 – IGF China 의 교훈

IGF China 이후에 전투 시스템 디자인에 대한 문제는 계속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당시 상하이에서의 시연에서 드러난 문제점들 중 하나는 진입 장벽이 꽤 높다라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튜토리얼 부재 뿐만 아니라, 복잡한 형태의 전투 규칙에도 문제가 있다는 강한 심증이 있었다.

기존의 전투 시스템은 퍼즐에 가까웠다
기존의 전투 시스템은 퍼즐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전투에서의 규칙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은, 기존 전투 시스템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전투는 자동, 턴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이 턴에서 ‘순서’를 결정하는 규칙이 매번 문제를 일으켰다.

  • 행동 우선권은 행동력이 높은 유닛 → 공격자 순으로 부여
  • 최전방에 있는 부대의 행동 우선권이 동일 할 경우 공 → 방 순이 아닌 동시 행동
    • 최전방에서 벗어나 있는 유닛은 이 규칙을 적용 받지 않는다
  • 유닛이 사망하면 자동으로 빈 자리를 체운다

큰 규칙은 단순한 편이었지만, 이 룰을 강제하기 위한 세부 예외 처리는 상당히 복잡했고, 무엇보다 직접 눈으로 봤을 때 몇 수 이상의 예측을 하기가 어렵다는 커다란 단점이 있었다(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유닛 수를 줄여 경우의 수를 작게 만드는 등의 일을 하였었다).  특히, ‘유닛이 사망하면 자동으로 빈 자리를 채운다’는 룰은 플레이어의 예측을 빈번하게 벗어나게 만들고 말았다. 분명히 이번 행동에서 상대 유닛을 죽일것으로 예상을 했었는데, 자리가 변경 되면서 예상과 다른 유닛이 먼저 죽는 것 같은 사소한 예측 오류에서 부터, 어떤 경우에는 자리 변경에 대한 복잡한 예측을 하지 않으면 해법을 찾기 힘든 상황도 발생하였다-그것도 게임 시작 초반부에서.


궁병 vs. 궁병 – 어느쪽이 이길 것인가? 그리고 당신의 예상은 맞았는가?

이는 전투 진행에 대한 플레이어의 예측을 무너트리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예측이 되지 않는 플레이는 곧 규칙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좋았고, 게임에 대한 흥미 감소로 이어지기 좋은 문제다. 이는 별도의 세부적인 전투 튜토리얼을 거치지 않는 이상, 한계를 돌파하기는 힘들었다(실제로 ‘전투 전용 튜토리얼’인 ‘저니’ 모드를 만들어 테스트 했을 때에 전투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올라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튜토리얼이나 부가 게임 모드를 의무적으로 즐기진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리-빌드

전투 시스템을 원점에서 다시 제작하기로 결정하였지만, 어떻게 제작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새 전투 시스템’은 아래와 같은 최소 충족 조건을 만족해야 했다.

  • 플레이어에게 직관적으로 전장 정보를 전달해야 함.
  • 전투 진행에 대한 규칙 파악이 쉽고, 결과에 대한 예측이 쉬워야 함.

기존 전투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퍼즐과 같은 전투 진행(상대의 진형을 먼저 파악하고, 규칙에 따라서 수를 읽은 후, 자신의 진형을 결정하는 형태)이었다면, 새로운 전투 시스템은 좀 더 역동적이고, 능동적일 필요가 있었다. 실제 전장을 3D 환경에 담기는 게임 제작 여건 상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독특한 개성을 가진 전장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스럽게 기존에 폐기되었던 ‘실시간 전투’ 형태의 프로토타입들을 재검토하게 되었다.

기존 실시간 전투 형태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꼽아본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 연출 상의 문제: 부대가 겹침으로써 발생하는 전장 정보 표기 혼란 문제.
  • 게임 조작 부재: 전투 진행 중 플레이어가 개입 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자칫 전투 자체를 보는 것이 지루해 질 우려가 있었다.
  • 2차원 전투의 한계: 신선한 형태의 전투이긴 하지만, 전투의 양상이 다양해지긴 힘들다.

한 번 버렸던 실시간 전투 시스템을 다시 들고 나온다는 것은 팀 내부에서도 모험과 같은 일임에는 분명했다. ‘기존 프로토타입의 단점을 개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개선을 했을 때 어떠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가?’ 에 대한 예측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 그 고민의 결과 새로 제작하기로 한 전투 시스템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게 될 것이었다.

  • 전투는 다시 예전과 같은 실시간 – 2차원 전투.
  • 부대의 위치 정리: 각 부대는 자신의 위치를 일정 이상 확보하며, 타 부대와 서로 겹치지 않는다.
  • 플레이어는 전투 상황에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하다: 전체 군단의 이동(전진, 후진, 후퇴) 결정, 구성 부대의 위치 결정.
  • 이전보다 더 확실한 공성전의 묘사: 일반 부대 + 공성 부대 형태의 2 라인(Line) 전투 묘사.

아트 디자인

신규 시스템을 제작하면서 시각적으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전장을 묘사’ 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때문에 전장에 배경이 들어가고, 부대들은 1기가 아닌 병력의 현재 수에 따라서 그 표기 기수가 가변적으로 변해야 했기 때문에, 유닛은 기존보다 한참 작게 표기 될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기존의 ‘체스 말 형태’의 부대 디자인은 신규 전투 시스템에 그대로 쓰기에 문제가 발생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수의 병력과 전장을 표현하기 위해 사이즈를 줄일 경우 발생하는 디자인 관련 문제, 전장 표현을 위해 부대 애니메이션을 새로 추가해야 하는 상황 등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기존 디자인을 버리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기존 디자인을 버리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거기에 더하여 팀원들의 작업 부하와 관련한 상황도 문제였다. 기존에 부대 디자인을 담당해주셨던 아트 디렉터에 대한 작업 부하가 우리가 좀 더 부탁드리기 어려운 수준으로까지 치솟는 중 이었다(무엇보다 우리의 결정으로 프로젝트 기간이 슬금 슬금 늘어나고 있는 탓이 컸다). 때문에, 부대 디자인에 대한 담당을 교체하고 유닛 디자인 역시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아트 디렉터 분께서 정말 열의를 다하셔서 기존 유닛 디자인을 해 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담당자 교체 및 신규 작업 결정은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

신규 유닛 디자인을 하면서 디자인 가이드 라인으로 삼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 게임 내 그래픽 디자인 컨셉의 통일: 기존에는 장군 캐릭터들의 경우 카드 형태의 귀엽고 독특한 디자인에 진중한 형태의 유닛 디자인이었다면, 신규 유닛 디자인에서는 힘을 좀 빼고, 디자인 컨셉을 통일시키는 것에 중점을 둔다.
  • 캐릭터 구조는 단순하게: 동작 애니메이션 등의 기존에 없는 작업이 추가되므로, 최대한 단순한 구조로 디자인
  • 무장 및 장구의 디자인으로 유닛 다양화: 기존보다 훨씬 다양한 수의 유닛들이 등장하게 되므로, 무장 및 장구를 특징으로 각 유닛의 시각적 구분을 두고, 이들의 색상으로 등급을 표현.

마무리

새 전투 시스템을 만들기로 결정하기 위해, 그리고 결정을 한 이후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고민과 생각들이 겹쳐 일단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현재에 까지 도달을 하였지만, 몇가지 의문은 머릿속에서 가시질 않는다. 이전의 전투 시스템은 어째서 채택이 되었던 것이었을까?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현재의 실시간 전투 시스템으로 선택 할 여지는 정녕 없었던 것일까? 같은-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자괴감 같은 감정에 휩싸였던 것도 한 두번이 아니었었다.

게임 개발이 원래 그래요. 라고 읊조린다면야, 할 말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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