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앤 스트레테지 전투 시스템 디자인 기록

아미 앤 스트레테지의 게임 디자인의 역사는 전투 시스템 디자인의 역사와 일치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전투 시스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프로젝트 진행 경과에 따라서 지난 1년간 게임의 기본 기획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자주 변경되었다. 환경과 목표가 변화함에 따라서 게임의 내용도 변화할 수 밖에 없었고 때문에 전투 시스템 역시 어떻게 보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현재의 전투 시스템이 자리잡기까지, 전투 시스템의 게임 내 위상은 수 없이 변경되었다. 처음에는 전투 시스템 자체였던 게임은 전략 시스템이 추가가 되면서 기존의 전투 시스템의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로 원천 폐기되기도 하고, 이후 규모를 대폭 축소하여 다시 추가 되기도 하였다.

처음 추가된 전투 시스템은 단순히 전투의 결과만을 표기하는 형태였다. 시스템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던 초기 디자인은 게임의 전체적인 규모를 어느정도 확장시켜야 된다는 필요성에 따라서 점차 그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전투’라는 기본 명제는 끝까지 지켜졌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형식은 매번 급격하게 변했다. 확률형 전투 결과 표기는 실시간 진행 형태,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턴제 진행 형태로 수정되었다.

이 글은 지금까지 수 많았던 전투 시스템 디자인과 관련한 의사 결정에 대한 기록들에 대한 정리이다. 개발 중 실제로 사용되었던 개발 로그, 이슈 트래킹 기록, 테스트 리뷰 결과 등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의 의사 결정 과정과 결정의 변화들을 확인하고자 정리하였다.

디자인 초기


게임에 구현되는 전투 시스템 기본 개요는 다음과 같다.

  • 자동 전투
  • 유닛 특성에 따른 자동 행동
  • 조합 운영에 따른 게임 진행

전투 시스템 디자인 문서 – 2011년 11월 25일 


처음 게임에 전투 시스템을 구성하고자 할 때의 기본 목표는 위의 3가지가 전부였다-그리고 이 3개의 목표는 현재까지 유지되어왔다.

전투의 진행 과정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투 직전 전략 모드에서의 전투 준비 단계, 실제 전투 과정을 플레이어가 확인하는 전투 진행 단계, 그리고 전투 결과를 최종 확인하는 전투 결과 단계. 이 중 가장 난해하고 변화가 가장 심했던 부분은 역시 전투 진행 단계의 구성이었다.

전투 시스템의 초기 레이아웃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양 측의 병사들은 각각의 행동 특성에 맞게 실시간으로 상대에게 행동을 시작하는 형태였다. 기병은 돌격과 후퇴를 반복하고, 궁병은 자신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계속 적에게 일정한 간격으로 화살을 날린다. 창병은 기병의 돌격에 밀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지속적인 찌르기 공격을 감행한다.

초기 전투 컨셉 디자인 – 바이외 태피스트리(Bayeux Tapestry) 형태의 디자인 컨셉안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전투는 역동적이고 직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닛들의 특성이 행동으로 잘 드러났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유닛의 개성을 파악하는 데 수월했다. 단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사이드 뷰(Side View)에서 각종 유닛이 한 지점에 겹쳐질 때 발생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 할 방법이 없었다(겹치는 지점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원할하게 확인 할 방법이 없었다)-그리고 역사물 특성 상 난투전(Melee) 유닛이 많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혼란 상황은 더욱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했다.

스킬


  • 스킬 분기에 따른 특성이 눈에 잘 띄이지 않는다.
  • 캐릭터 특화 추구가 힘든 것 같다. 스킬 분기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이 문제.
  • 스킬을 찍음으로서 체감하는 임팩트가 적다.
프로토타입 Ver 5. Release 2 테스터 설문 결과

테스터들의 편의을 위하여 모 게임의 아이콘을 차용하였다

스킬 시스템은 캐릭터의 개성 강화와 함께 전투의 다양성을 위하여 추가되었다. 기본 3종에 의한 순환 상성은 그것 나름으로 단순하고 간결한 맛이 있었지만, 지나치게 전투를 단순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미 이전 글(링크)에서 밝혔듯, 스킬 시스템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플레이어는 수많은 스킬의 효과에 대해서 아에 파악을 하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단순화된 기본 시스템들은 스킬 시스템으로 확장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했다’.

스킬 시스템은 용도 폐기 되었고, 대안으로 캐릭터의 성장 단계에 따라서 추가적인 특수 유닛을 부여받는 형태가 결정되었다. 하지만 추가 유닛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실시간 전투 상황에서 벌어지는 난전 문제는 더욱 부각되었다.

실시간 전투의 포기


2. 전투 진행

  • 전투 진행 순서는 카드에 표기된 SP 수치가 높은 병력 카드 부터 행동.
  • SP 수치가 동일하고 가장 앞 열/일반 공격 일 경우에는 동시 행동.
  • 우선권 계산: 높은 숫자 – 공격자 – 배열 순서(최전방에 가장 가까운 순), 가장 앞은 동시 타격.
전투 프로토타입 규칙 임시 문서 – 2012년 2월 10일

혼란에 빠진 제작팀은 전투 시스템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를 하기로 하였다. 실시간 전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유닛의 위치를 나누어 고정하고, 실시간이 아닌 순차(Turn) 방식의 시스템으로 변경하는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다시 검증하기로 한 것. 이를 위한 카드 게임 룰을 작성하고 직접 전투 유닛들에 대한 카드를 만들어서 한번에 두세시간 씩 플레이를 진행하였다.

시스템 디자인이 변경되면 카드를 매번 다시 제작해야 했다

수일에 걸친 프로토타입 테스트와 개선을 통하여 완료 된 최종 게임 디자인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 턴 기반의 순차 진행 방식
  • 자동 전투
  • 유닛 배치 순서가 중요하게 작용 함
  • 캐릭터 레벨 상승 때 플레이어는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함 – 기본 병과 유닛의 업그레이드 또는 새로운 기능의 추가 유닛을 받음

변경된 시스템의 단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유닛의 진행 순서 룰이 복잡한 것은 가장 큰 문제였다(유닛의 기본 속도와 현재 전장에서의 위치에 따라서 순서가 수도없이 바뀌었다). 현재 이 문제는 유닛 행동과 관련한 게이지 인터페이스를 삽입하고, 순서  룰을 조금 더 단순하게 변경함에 따라서 일부 해결을 하였다.

밸런스


1. 기본 상성

  • 창병 < 궁병: 창병은 궁병을 2타, 궁병은 창병을 2타(3열 공격)
  • 궁병 < 기병: 궁병은 기병을 2타(3열 공격), 기병은 궁병을 1타(2열 공격)
  • 기병 < 창병: 기병은 창병을 4타(3열 공격), 창병은 기병을 2타
게임 디자이너 유닛 밸런스 로그 문서

게임은 기본적으로 순환 상성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전략 모드에서 AI의 대응은 플레이어가 보낸 캐릭터보다 ‘상성 우위’에 있는 AI의 캐릭터를 내보내는 것을 기준으로 작동했기 때문에 기본 병과의 상성 유지는 필수적인 일이었다.

수치 기반 밸런싱(링크)이란 글을 작성하기도 했었지만, 정작 새로운 프로토타입 이후의 전투 시스템 밸런싱 작업 때는 ‘수치’와 ‘테스트 결과’에 기반한 밸런싱을 손 대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테스트 규모의 문제였다.

게임은 총 7기의 유닛을 배치 할 수 있고, 그 중 3 종은 추가로 부여된 타 병종 유닛을 섞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기병 병과의 캐릭터라면 기병 7기, 창병 2기, 궁병 2기를 부여 받았고 이중 기병 4기를 포함하여 다른 유닛을 자유롭게 섞을 수 있었다). 단순 계산으로도 병과 하나 당 조합 경우의 수가 5,040 종, 거기에 기본 3개 병과의 대응까지 적용하면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유닛 업그레이드, 추가 유닛까지 고려되어야 했다.

테스트 뿐만 아니라 실제 게임 플레이도 많은 경우의 수는 문제가 되었다. 게임을 플레이 한 테스터들은 자신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혼란에 빠졌다. 결국 단계적으로 경우의 수를 줄여나가는 작업을 하였다.

  • 1차: 유닛의 수를 7종 2+2 에서 7종 1+1로 감소. 전체 조합의 경우의 수 감소.
  • 2차: 레벨 상승 때 선택 할 수 있었던 유닛 업그레이드 삭제. 레벨 상승 때 경우의 수 감소.
  • 3차: 유닛의 수를 5종으로 축소, 기본으로 주어지던 타 병과 유닛 삭제. 전체 조합의 경우의 수 감소.

삭제에 삭제를 거듭하면서 게임이 지나치게 단순해질 것이라는 우려와는 다르게 오히려 게임의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변해갔다. ‘경우의 수가 많을 수록 게임은 풍성해진다’는 실수는 바로잡혔다-경우의 수가 많아봐야 플레이어는 혼란에 빠져버린다.

현재

아미 앤 스트레테지는 아직 개발중이다. 전투 시스템은 이제 막바지 작업으로 추가 유닛들에 대한 밸런스 조정과 함께, 전투에 사용할 새로운 유닛을 추가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나간 전투 시스템의 기획들에 대해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지금도 몇몇 테스터들로 부터 초기 실시간 진행 방식의 연출이 좋았다는 의견이 들어오고 있다) 매번 문제 상황이 발생 할 때 마다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자세를 유지하였다. 때문에 지금 돌이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아마 지금과 똑같은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

돌이켜보면 프로토타입이 참 길었다.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지만, 그래도 좋은 결과물을 도출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밸런스 조정 과정에서 몇 차례 좌절을 겪기도 했었지만, 덕분에 많은 부분을 다시 배울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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