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앤 스트레테지 전략 시스템 디자인 기록(후편)

밥상 뒤엎기, 그 이후

밥상 뒤엎기를 선언했을 당시의 대외적으로 이유를 밝힌 것은 ‘재미없는 전투 시스템’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사실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였는데, 원래 게임의 시스템이란,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서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투 시스템을 전면 수정한다’ 라는 이야기는 ‘게임을 전부 갈아 엎는다’와 같은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전투 시스템이 대폭 수정 됨에 따라서 전략 시스템 역시 그 영향을 받아 수정 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부분은 역시 ‘전략 시스템’과 ‘전투 시스템’이 서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병력 관리’ 부분이었다.

전투 시스템이 변경 되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략 시스템이 변경되는 것은 운명의 데스티니
전투 시스템이 변경 되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략 시스템이 변경되는 것은 운명의 데스티니

기존의 게임은 병력 관리 등은 최소화 및 자동화를 목표로 간략하게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다. 장군들은 전투에 참여하면 다음 턴은 ‘자동으로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턴을 쉬는 형태로 디자인이 되었고, 별도의 병력 충원이나 병력 관리에 대한 걱정 없이 전투에 집중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전투 시스템이 실시간 조작으로 변경 되면서 ‘부대’의 정의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 버전에서 부대는 전투에서 대부분 한번에 소모되는 반면, 새 버전의 전투에서는 단위가 다른 체력(HP)을 가지고 전투 중 지속적으로 증감을 반복하였고, 전투 종료 후에는 그 남은 체력이 이후 전투까지 유지가 되어야 했다(그러니까 일반적인 게임의 전투와 비슷한 방식이었다). 기존과 같이 자동으로 모든 것을 퉁치기에는 전투 이후의 결과가 다양했었기 때문에 그냥 뭉뚱그려 간략화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랐다.

때문에 여전히 단순하지만, 기존보다는 플레이어의 선택을 좀 더 필요로 하는 부대 관리 시스템이 잡히게 되었다. 플레이어는 어떤 장군의 부대를 먼저 회복시킬 것인지, 훈련을 시킬 것인지 선택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부대 유닛의 다양화가 이루어지면서 유닛을 어떻게 구성하고 배치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이 부여되었다.

플레이어를 지루하게 만들지 말라

밥상을 엎기 이전 버전에서 비록 심각한 어그로(Aggro)는 전투 시스템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져가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략 시스템 부분에 문제가 없었던가 하면 그것만은 아니었다.

애초에 게임의 개발 컨셉이 미니멀한 전략 게임이었던 탓이었던 것도 있지만, 지나치게 간략화시킨 내정은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

  • 장점: 플레이어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 단점: 플레이어를 지루하게 만든다.

다른 왕국들과 전쟁을 하고 있을 때 플레이어는 어쨌든 선택을 강요당하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마주하면서 희열과 좌절을 느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었지만, 문제는 그 전쟁이 벌어지기 직전까지의 플레이 부분이었다. 간략화 된 시스템 덕분에 귀찮은 일들은 사라졌지만, 정작 전쟁이 없으면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외교를 제외하고는 그저 턴 넘기기 밖에 없었다.

전쟁과 전쟁 사이의 중간기에 플레이어가 ‘선택 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전체적인 전략 시스템의 수정 목표가 되었다. 수정안의 최종 목표는 보유한 장군들을 ‘행동 기회(즉, 자원)’로 만들어서 플레이어의 선택에 제약을 줌과 동시에, 전간기 동안의 게임의 긴장감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크게 두 가지 부분이 수정되었다.

  • 플레이어는 전략 시스템에서 ‘장군’을 단위로 행동을 선택 할 수 있게 바뀌었다. 한 명의 장군은 한 턴에 하나의 행동(전투, 병력 모집, 훈련 등)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각 턴 마다 장군을 어떻게 쓸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 기본적인 전투, 병력 관리, 훈련 이외에 장군의 행동을 소모 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하였다. 수도원(이슬람 측일 경우 모스크)은 이를 위한 추가 시스템으로, 플레이어는 수도원에 장군을 보내 연구 포인트를 획득하거나, 추가 자원을 획득하는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그리고 이 때도 마찬가지로 장군의 행동 기회를 소모한다.
전략 시스템에 추가된 수도원 및 모스크.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게임 플레이의 긴장을 유지시키기 위한 용도로 추가 되었다.
전략 시스템에 추가된 수도원 및 모스크.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게임 플레이의 긴장을 유지시키기 위한 용도로 추가 되었다.

게임 시스템의 순차적 제공

기존의 경우, 별 다른 제약 조건 없이 게임 상에 구현되어 있는 시스템들이 게임 시작 초기부터 플레이어에게 바로 제공이 되었었다. 물론, 애초에 구현되어 있는 시스템의 분량도 많지는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새로 만들어진 전략과 전투 시스템은 이미 그 양이 이전에 비해서 상당히 늘어나 있는 상태였다.

이는 사용자 접근성에 관련해서 문제를 일으켰는데, 처음 게임을 접하는 플레이어는 지나치게 많은 시스템으로 인하여 초기 접근에서 장벽으로 작동하는 문제가 그것이었다. 튜토리얼을 이용하여 기능을 설명하는 것으로는 당연히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제작진은 다른 방법을 이용하기로 결정하였다.

기존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 뿐만 아니라 4X 게임들(그러니깐 문명 같은)의 경우, 플레이어의 성장 과정을 모사하는 용도로 ‘연구 및 개발’ 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의 경우 이 연구 및 개발 시스템을 차용하여, 게임 내 시스템을 초기부터 게임 후기까지 단계별로 풀어주는 역할로 만들고자 하였다-플레이어가 연구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취하게 되는 행동들(연구 포인트를 얻기 위한 행동과 거기에 따르는 선택들)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장점이었다.

연구 개발과 함께 추가 된 '병기창', 연구 개발을 통한 기능 확장을 전제로 제작되었다.
연구 개발과 함께 추가 된 ‘병기창’, 연구 개발을 통한 기능 확장을 전제로 제작되었다.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좀 더 향상된 기능들(각 기능들의 효율적인 동작 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기능의 추가 – 수도원 등지에서 생산을 통한 번외 수입 창출이 가능한 것 같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로 연구 포인트를 획득하고, 이를 이용해서 각 기능을 하나 하나 해금해야 하는 형태로 시스템이 최종 결정되었다. 이를 통해 위의 열거되었던 문제를 해결하였음은 물론이다.

정리

밥상 엎기 이후 사실 게임의 분량으로써 더 많은 추가가 이루어진 부분은 문제의 원흉이었던 전투 시스템 보다 오히려 전략 시스템 부분이 더 많은 변화와 추가(!)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덕분에 게임에서 기존의 지루했던 부분들을 일정 이상 제거 할 수 있었고, 좀 더 전략 게임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예전 시드 마이어(Sid Meier) 옹이 이야기 한 유명한 경구가 생각났다.

“유저는 게임을 즐기면서 여러 가지 선택사항에 부딪히고, 결정을 거듭하게 된다. ‘좋은 게임’이란 결국 유저가 계속 흥미로운 결정을 하게 되는 게임을 말한다.” – 시드 마이어(Sid Meier)

저 이야기를 처음 접했던 당시로써는 ‘저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라고 반문을 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게임에서의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와중에 불현듯 ‘아하’ 하고 생각이 났던 것을 보면 이제서야 그가 무슨 이야길 하고 싶었던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물론 그렇다고 나나 우리 팀이 문명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쨌든 아직은 키가 자라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이야기. 뭐, 그렇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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