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앤 스트레테지 전략 시스템 디자인 기록(전편)

다시 한 번 2년 전 그 때를 떠올려보자. 당시에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은 실시간으로 전투를 벌이는 삼국지 게임이었다-시간대를 분명히 하자면, 삼국지 12의 발표와는 약 반 년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이른바 갈콘(Galcon)류의 전략 게임에 삼국지 스킨을 입히는 안일한 아이디어의 시작은, 단순한 형태의 프로토타이핑으로 부터 천천히 시작되었다.

초기 아이디어는 갈콘(Galcon)에서 영감을 얻었다

초기 프로토타입은 몇 번의 테스트와 약간의 개선을 거치면서 프로젝트 킥 오프(Project Kick Off: 프로젝트 시작)에 이르렀다. 팀 내부에서 나름 합의가 되어 도출된 결정이긴 했지만, 팀원 전부가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간의 게임 아이디어와, 프로토타입들의 성과가 지금의 프로젝트보다 나았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쩌면 주저하면서도 킥 오프 결정을 내렸던 것일지도 모른다(지금에서의 이야기지만 프로젝트 진행 내내 발생했던 모든 문제의 원흉은 이 조급한 킥 오프 결정에서 시작되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전략 시스템의 추가

초기의 아이디어는 삼국지 스킨을 입힌 갈콘 게임이었고, 게임은 에피소드 중심의 캠페인 진행 게임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되었다. 게임의 최종 모습이 ‘예상’ 이었던 것은 프로젝트 진행을 발목잡는 큰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이에 대해서는 차후에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한다).

캠페인 중심의 게임 진행은 단시간 내에 한 번의 게임이 끝나는 게임의 특성 상 게임 볼륨을 의식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고, 당시에는 갈콘 처럼 다양한 형태의 맵을 제공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심도 들었다. 결국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중국 대륙 전체를 배경으로 한 ‘지도’와 함께 ‘점령’을 중심으로 한 간략한 형태의 전략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자체 제작 엔진을 이용하여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발 로드에 대해서 분배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때문에 아무래도 작업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투 시스템에 집중을 하는 대신 전략 시스템은 최소화 하는 것을 프로젝트의 기본 목표로 삼았다. 당시 전략 시스템에 추가되는 내용은 아래와 같이 결정되었다.

  • 전체 지도: 도시와 도로망. 도시는 몇 개의 타입(대, 중 소 같은)으로 구분 되었다.
  • 자동 병력 충원: 별도의 충원 없이 휴식으로 충원이 이루어진다.
  • 점령: 각 플레이어(AI 포함)는 도시를 점령 할 수 있으며, 이 점령을 기준으로 게임의 결과를 판정한다.
Prototype
처음 테스터에게 전달 되었던 프로토타입 버전. 내부 테스트 버전인 관계로 임시 리소스가 잔뜩 쓰였다.

초기 전략 시스템에 대한 기획이 어느정도 정리 된 이후, 전략 시스템에 대한 프로토타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별도의 공개 툴을 이용했던 전투 시스템과 달리, 전략 시스템 부분은 개발 중이던 자체 엔진을 이용하여 구현을 시작했다.

대격변

우리와 같은 소규모 게임 개발팀에 있어서 시간과 인력은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였다. 때문에 투입 가능한 자원 대비 지나치게 거대한 기능은 지양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다들 유니티를 찬양하게 되는 것 일지도(…)

자체 엔진 제작에 대한 부담. 게임 제작 스케쥴(사실 2년전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는 반년에 게임 하나! 같은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의 문제 등으로 인하여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떤 것을 버릴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빠르게 내릴 필요가 있었다. 팀원 전체가 확신하지 못 했던 전투 시스템 프로토타이핑은 이 시점에서 다시 재검토에 들어가게 된다. 몇 가지 주요 이유들이 기존 전투 시스템에 대한 반려 사유가 되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갈콘 형태의 게임의 확장 가능성: 이미 당시에도 갈콘의 시스템을 차용한 다양한 게임들이 나왔었지만, 다들 원작보다 못했었고, 시장 성과도 좋진 않았다. 그리고 한참 이후의 일이었지만, 삼국지 12가…
  • 게임 플레이를 확장시키고자 하니 갈콘 형태 게임의 가장 큰 매리트인 단순함이 버려지고, 단순함을 가져가자고 하니 기존 게임과 차별화가 불가능하다.
  • 프로토타입 제작이 빨랐던 이유는 스타크래프트 2라는 이미 준비되어 있는 엔진(?)을 이용했기 때문인데, 자체 제작 엔진의 완성도를 그 정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

결국 게임의 전투 시스템은 대폭 축소되고, 기존의 미니멀한 전략 시스템을 가지고 가는 것으로 프로젝트의 방향이 결정되었다. 전투는 이후, ‘실시간, 자동, 소규모, 스킬’ 같은 키워드들이 붙었다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2012년 3월 17일 버전. 배경이 십자군 시대로 변경되었고, 각종 시스템이 수정되었다.
2012년 3월 17일 버전. 배경이 십자군 시대로 변경되었고, 각종 시스템이 수정되었다.

이후 전략 시스템은 거시적인 부분에서의 커다란 변화 없이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초반에 비해서 규모가 줄어들고,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투는 게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했었기 때문에, 아에 포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이에 대한 내용은 아미 앤 스트레테지 전투 시스템 디자인 기록 을 참고).

전투 시스템이 난항에 난항을 거듭하였지만, 어쨌든 최종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고, 다듬어진 전략 및 외교 시스템을 바탕으로 게임은 IGF China 2012에 제출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성이 되었다. 작품은 결선까지 진출을 하고, 이를 추진력 삼아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프로젝트의 커다란 전환을 맞이하게 되는 두 번째 시기와 마주하게 된다.

IGF China 2012 제출 당시의 버전.
IGF China 2012 제출 당시의 버전. 그리고 게임은 다시 한번 격변을 맞이하는데…

(후편에서 계속)

아미 앤 스트레테지 게임 디자인 연작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