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게임 개발팀에서의 게임 디자이너의 역할

돌이켜보건데 어쩌다보니 게임 개발 이력에서 대규모 팀-그러니깐 전체 팀 인원이 50인이 넘어가는 프로젝트 팀에서 일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딱 한번을 제외하고는) 보통 팀 구성은 많아봐야 열 명 이내의 팀이었고, 프로젝트의 규모도 딱 고만고만한 수준의 프로젝트였다. 지금의 AnS 프로젝트도 딱 다섯 명(물론 그 밖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잔뜩입니다만)이 전부.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는 규모와 관계 없이, ‘이것은 나의 일, 저것은 너의 일’ 하는 식의 사무적인 경계를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게임 디자이너의 역할은 명확하다. 제품 컨셉을 정의하고 디자인하고, 덤으로 프로젝트 관리만 하면 되니깐. 이런 사무적인 접근은 대부분의 경우 프로젝트 구성원들의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이라고 할 만한 것이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게 단점이다. “게임 왜 만들어요? – 그냥 일이니까 하는거지.”

개인적으로 게임 제작은 결국 공동 작업이라 팀원 모두가 같이 만들고 싶은것을 만들어야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생각은 실현이 힘든 이상이다. 당장 항상 얼굴 마주하면서 게임 이야기하면 즐거운 두 사람(나랑 프로그래머 A 씨)이지만, 좋아하는 게임의 성향은 사실 완전히 다르다. 공통분모가 크지만, 세밀한 부분에서는 결국 대립되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란 것.

AnS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부분을 정리하고, 거기에 A 씨가 아이디어를 내 놓으면 그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추가 정리하는 역할을 게임 디자이너인 내가 맡고 있는 형태이다. 일의 진행이 이러다보니 ‘이건 게임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인데, 내가 너무 손을 놓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생기기도 한다. 원래 회사 단위에서 했던 것 처럼 게임 디자이너가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게임 디자이너로써의 내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 만드는 게임은 ‘우리 게임이면서, 내 게임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만든다기 보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간에 지속적으로 진행을 체크하고, 수정하는 것.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것’이 소규모 게임 개발팀에서의 게임 디자이너의 역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