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인디 게임 심의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대한민국 게임 심의가 적정성을 넘어선 강제 규제라는 이야기는 사실 어제 오늘 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인디 게임-정확하게는 비상업적, 그리고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생존형 판매 방식(프로젝트 유지를 위한 소규모 판매)의 제작 게임에까지 적용되는 ‘강제 심의 및 처벌’ 제도는 처음 이 문제가 공론화 되었던 2010년에서 결과론적으로는 보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 한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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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또 한 번 게임계는 2010년의 아마추어/인디 게임 심의 파동 때와 동일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의 진행을 위해 판매를 진행한 모 동인 게임이 심의 관련 법 위반과 관련 게임 배포를 중단하게 되었고, 이 일은 인터넷을 다시 한 번 뜨겁게 달구었지요. 게임 심의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해 주셨기 때문에 여기에서 또 한 번 강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한 마디만 하면 되겠네요.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아마추어 게임을 만들어 심의를 받지 않고 배포하는 일은 형사 처벌을 받는 범죄이지만, 아마추어 게임 제작자는 심의를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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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우리는 2010년 이후로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나요?

2010년의 아마추어/인디 게임 심의 파동 이후,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은 격동의 시대라고 할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여성가족부로 대변되는 이른바 청소년 보호를 주장하는 단체들로 부터 시작된 강제적 셧다운제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한 선택적 셧다운제, 거기에 이른바 매출 1 ~ 5 % 강제 징수에 대한 논의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인 이른바 ‘게임 중독법’ 관련 이슈를 보면 한 숨만 나올 지경입니다. 이 와중에 아마추어/인디 게임 제작 및 배포에 대한 문제는 진전 없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버렸죠.

사실은 아에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여러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2011년 7월 6일 부터 시행되었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법에서 꽉 막힌 게임 심의 제도와 관련해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데요. 이 때 신설 된 조항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 21조(등급분류) ①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당해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기 전에 등급위원회로부터 당해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게임물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1. ~ 3. (생략)

4. 게임물의 제작주체, 유통과정의 특성 등으로 인하여 등급위원회를 통한 사전 등급분류가 적절하지 아니한 게임물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다만, 제 9항의 기준에 따른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일 경우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실 분들을 위해서 설명을 드리자면 이런겁니다. 예전에는 ‘게임 심의를 받는 게임물의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사랑하는 국회의원이 개정안을 만들고,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서 공동 발의 명단을 구성하고, 각종 회의에서 법안의 당위성에 대해서 설명 한 뒤, 본 회의에서 법안의 통과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는 지나치게 기나길고 어려운 길을 걸어야만 했습니다-가끔 국회 레이드로 인한 강제 셧다운으로 법안이 먼지가 쌓이도록 묶여있는 건 덤이었죠.

그런데 이 개정법에 의하여 ‘게임 심의를 받는 게임물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국회가 아닌 행정부-대통령의 권한이 되었습니다. ‘비영리 아마추어 제작 게임까지 심의 받는건 좀 지나치지 않나요?’ 라고 행정부-정확하게는 게임 산업 관련 주무부서라 할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 콘텐츠정책관 게임콘텐츠산업과-가 판단을 하고, 의지를 가지고 일을 추진한다면 국회에서의 지난한 과정이 필요 없이 바로 ‘심의 대상’이나 ‘까다로운 심의 행정’ 같은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단 이야기이지요(물론 대통령령을 개정 하는 것 역시 많은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현재 공은 국회도 심의 기관도 아닌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공은 국회도 심의 기관도 아닌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행정부의 의지

아쉽게도 현행 대통령령(대통령령 제25050호)에서 위의 조항에 따른 심의 제외 대상은 기존의 ‘모바일 오픈마켓 게임물’과 ‘비영리 목적의 교육, 학습, 종교, 공익 홍보용 게임물’ 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제도입니다. 대통령령이라고 해서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이나 총리, 혹은 대통령이 직접 문안을 만들고 공표를 하는건 절대 아닙니다-어차피 그런 일들은 주무부서의 실무자들이 맡는 일이지요.

지난 1월 말 동인 게임 심의 문제가 불거져나왔을 때 개인적으로 주무부서에 문의성 민원을 넣어보았습니다. 관련법에서는 충분히 주무부서가 나서서 일을 진행하면 규제 완화가 가능한데 계획이 있는가? 라는 내용이었고, 사실 당장의 해답을 내 달라는 이야기 보다는 살짝 주의를 환기 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더 컸지요. 하지만 장황하게 길게 쓴 글이 문제가 되었는지 몰라도 간단하게 회신된 민원 답변에는 좀 실망 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내용은 ‘심의 행정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담당한다’라는 민원 의도와는 동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저기요, 지금 규정 변경의 권한은 당신들이 가지고 있어요!

민원에 넣었던 제 글 실력이 미천하여 엉뚱한 답변을 받지 않았나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추가 민원을 넣어서 푸시를 해 볼까 싶기도 했지만, 일단 저희도 게임을 완성해야 하니 조금 나중 일로 미뤄두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일

사실 여기서 관두면 아무것도 되진 않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는 게임 개발자 연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하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응원을 해 주세요.

게임 개발자 연대 뿐만 아니라, 한국 게임 개발자 협회(KGDA),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한국게임학회 등에서도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입장을 발표해 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미래의 실력있는 게임 개발자는 자기 게임을 자유롭게 만들고 배포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탄생 할 수 있습니다.

심의 문제 때문에 자신이 만든 게임의 합법적인 배포가 어려운 인디 게임 개발자, 개발팀 여러분들은 자신의 처지와 입장을 국민 신문고 등을 통하여 주무부서에 계속적으로 알려주세요. 이 사안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우리 스스로가 직접 그들에게 이야기 해 주지 않으면 절대 그들은 이 일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사실 저희 팀 같은 경우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인하여 아직까지 현행 심의 제도를 넘어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일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산업의 미래라던가, 한국의 마인크래프트라던가 같은 걸 바라진 않아요. 그냥 우리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신 분들이 만들어내는 멋지고 재미있는 게임을 여러분들과 같이 즐기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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