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디자이너가 되어봅시다

최근 어떠한 계기로 인하여 팀 내에서 게임 디자이너 지망생에게 게임 디자인 코칭을 해주고 있습니다. 혼자서 구현이 가능한 범위 내의 간단한 게임을 디자인을 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 형태로 진행되는 이 코칭의 목표는 게임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들을 습득하는 것입니다-물론 지금 우리가 남들에게 이러 저러한 것을 가르칠 입장인가? 하는 것은 코칭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막연하게 ‘게임을 만들고 싶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지금까지 진행했던 코칭의 진행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게임 디자인의 연습

용이랑 마법이 굉장히 귀엽지. 나도 좋아해.
용이랑 마법, 굉장히 귀엽지. 나도 좋아해.

‘게임을 제작하고 싶지만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것은 누구나가 게임을 처음 만들기 직전에 돌입하는 상황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관련 동아리나 인터넷의 게임 제작 카페 등의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게임 제작과 관련한 각종 기술서적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는 관계로 예전처럼 정보부족에 허덕이는 일은 잘 없긴 합니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완전 초보가 접근하기에 적당한 규모의 책은 별로 없단 점이겠죠.

보통의 경우에는 이 시점에서 꿈은 장대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더 막막하게 다가오는게 대부분인 듯 합니다. 용사와 용이 나오는 풀 3D 그래픽의 장대한 판타지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요? 누구나 처음 농구를 시작하면 슬램덩크 부터 꽃아넣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일단은 그건 먼 훗날의 일로 미뤄둡시다. 게임을 제작하고 싶으면 일단 풋내기 슛 2만번 부터 시작을 해 볼까요?

보드 게임 제작

규모가 작은 보드 게임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 부터 시작을 해 봅시다. 보드 게임이라고 해서 부르마블이나 모노폴리 같이 복잡도가 지나치게 높은 녀석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로보77 이나 할리갈리 같은 카드 게임이나, 클루 같은 추리 게임들 정도로 규모를 제한합니다. 그럼 시작 해 볼까요?

게임 아이디어를 정리를 할 때 (아주 먼 옛날의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지망생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이겁니다. 아이디어 제안서의 첫 문장은 거의 대부분 이런식으로 시작하는거죠. ‘먼 옛날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악마가 그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게임 디자인 코칭이지 게임 시나리오 코칭이 아닙니다. 첫 문장을 지우고 다시 씁니다.

아이디어 제안서의 첫 머리는 이렇게 집어넣습니다. 이 게임은 어떠한 내용의 게임이며,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어떠한 부분이 매력적이고 재미있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겠군요

  •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의 진행 방식
  • 게임의 핵심 시스템, 메커니즘
  • 이 게임이 매력적인(재미있는) 이유: 위의 진행 방식에 근거한 구체적인 이유

위의 내용을 쓸 때의 주의 사항이라고 한다면 불분명하고 뜬구름잡는 단어나 문장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겠죠.

이 게임은 서로간의 병력 대결을 통하여 승리하는 것을 주 재미로 삼는다. – 실시간 전략게임 ‘별의 장인’

이 문장은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1)자원의 획득, 운영을 통한 상대보다 전략 상의 우위를 점하고, (2) 또한 개별 전투에서 각 부대를 직접 조작하여 상대보다 더 나은 조작으로 전투 우위를 점하게 한다. 이를 통하여 상대에게서 최종 승리하는 것을 재미 요소로 삼는다.  – 실시간 전략게임 ‘별의 장인’

게임의 주요 특징(Main Feature)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명시하라는 것은 앞으로 이 게임을 디자인 할 때의 ‘최종 목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게임 규칙의 작성과 테스트, 수정 등의 이후 모든 개발 진행은 이 주요 특징을 기준으로 진행을 하게 됩니다.

게임 규칙의 작성

간단히 게임에 대한 소개를 마쳤으면, 좀 더 구체적인 게임 규칙을 정리해 봅니다. 일단은 보드 게임으로 한정을 했으니, 어떠한 사항을 정리해야 할까요?

  • 준비물
  • 플레이 가능한 적정 인원
  • 주요 게임 규칙
    • 준비
    • 시작 및 기본적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순서
    • 게임의 종료 및 승패 판정
  • 주요 게임 규칙의 예외 규칙
    • 특수 규칙
    • 게임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처리(예외 처리)

게임 규칙을 작성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규칙으로 게임이 성립되는가?’ 입니다. 이를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직접 게임을 ‘머릿속에서 플레이’ 해 보는 것이겠죠. 아래의 체크리스트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일단 그 게임은 게임으로서 동작을 한다는 것입니다.

  • 게임의 진행이 정상적으로 순환하지 못한다
  • 플레이어의 어느 한 쪽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규칙이다
  • 플레이어의 행동 선택권이 없다
  • 행동 선택권이 있다 하더라도 최선 전략이 존재하고, 다른 선택권은 무의미하다
  • 플레이어가 선택 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운에 기대야 한다

의외로(숙련된 게임 디자이너의 경우에도) 새롭고 신선한 게임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하더라도 위의 체크리스트를 한번에 통과하기는 어렵습니다. 필요한 것은 반복적인 검토와 테스트, 그리고 룰의 수정이겠죠.

검증 – 프로토타이핑

어느정도 구체적인 게임 규칙을 완성했다면-그리고 기본적으로 게임으로써 동작을 하기 시작한다면 ‘재미’에 대해서 검증을 해 보도록 합시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게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연필과 종이, 그리고 주사위나 카드 등이 있겠군요.

게임에 필요한 준비물을 제작하고 바로 게임을 플레이 해 봅시다. 친구들, 혹은 형제자매 등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 할 시기입니다. 이때를 빌어서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내가 만든 이 게임을 네가 플레이 해 줬으면 좋겠어). 물론 뒤에 있을 후폭풍은 책임지지 못합니다.

당신의 게임을 해본 후 상대가 당신에게 느끼는 기분
당신의 게임을 해본 후 상대가 당신에게 느끼는 기분

자, 자신이 만든 게임을 지인들과 함께 즐겁게 플레이 하고 있을 여러분들의 모습이 떠오릅니까?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넋놓고 있으면 안됩니다. 여러분들은 지인들이 희희낙낙하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안되고, 자신의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면밀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주로 일어나는 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 게임 디자이너가 의도하지 못한 게임 플레이의 헛점, 어뷰저 발생
  • 게임이 진행 안 됨
  • 밸런스가 맞지 않음
  • 목표로 한 ‘주요 특징’이 게임에 나타나지 않음
  • 재미 없음(!)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고 프로토타입을 수정을 합시다. 이 때 플레이와 수정과 관련한 기록을 구체적으로 남기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메모는 기본이고, 플레이 장면을 사진이나 비디오로 촬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의 최우선 목표는 게임 디자이너가 위에서 목표로 한 ‘주요 특징’을 최대한 살려내는 것 입니다. 목표가 흔들리면, 현재 게임과 전혀 관계없는 해결책을 넣는다던가, 얄팍하게 게임 시스템을 하나 더 추가해서 현 상황을 타계하려 하는 수작을 부리게 됩니다.

마무리

여기까지(그러니깐 프로토타이핑과 반복 테스트와 수정, 그리고 확정)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면 여러분은 훌륭하게 게임 하나를 디자인하고 심지어 개발을 완료(!)한 상황이 됩니다- 물론 프로토타입을 상품으로 폴리싱(Polishing) 하는 일이 남았겠습니다만.

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프로토타이핑까지 어찌어찌 넘어가더라도 테스트 도중 험한 파도를 만나 프로토타입이 폐기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프로도 마찬가지). 이건 드문일이 아니고, 또한 당연한 일이니 좌절하면 곤란합니다.

물론 이 과정을 훌륭하게 마무리하더라도 이제 여러분은 게임 디자이너로써 풋내기 슛을 익혔을 뿐입니다. 더 많은 부분들을 익히는 것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사실 저도 아직 풋내기일 뿐). 그럼 여러분들. 모두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