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단막 극장 – 안녕 나의 스킬.

R프로젝트의 프로토타입의 마지막 버전은 게임 시스템 내에 ‘스킬 시스템’을 추가한 버전이었다. 당신이 열혈 게이머이자 게임 제작자라면 ‘스킬’이라는 마법의 단어가 내 뿜는 강렬한 유혹의 오라(Aura)를 단박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그랬다. ‘그래, 스킬을 집어 넣는거야. 스킬을 집어넣으면 사용자의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게임을 하면서 유닛은 점점 강해지고, 더 강한 유닛을 얻기 위해 사용자들은 계속 성장의 도가니에 빠져 허우적 거리면서 우리 게임을 찬양 할꺼야!’ 스킬이 들어가기만 하면 우리 게임이 문명(Civilization)도 될 수 있다고 모두가 홀려버렸던 것이 분명하다.

순순히 스킬을 넘기면... 응?!

스킬 시스템을 추가하고 기타 자잘한 수정 사항을 고치느라 무려 4주의 시간을 쓴 후, 우리가 만든 개밥을 먹고 있을 때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기는 했다. 그간의 경험 상 이런 이상한 기분이 들면 그 시스템은 분명 제 역할을 못하는것이 분명했지만, 우리는 무식하고 용감하게 우리의 테스터에게 프로토타입 릴리즈 버전을 발송했다.

결과가 어땠냐고? 사실 테스터들도 ‘스킬’이란 단어의 마력에 취해 프로토타입을 받기 전에 엄청난 기대를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항상 커다란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는 법. 애초에 스킬 시스템 자체가 현재의 기본 게임 시스템과는 그리 잘 어울리는 궁합은 아니었기 때문에 결과는 대 실패! 덕분에 전체 평가에서도 추가된 스킬 시스템이 게임의 전체 점수를 마구 깎아먹는 상황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사실 보통 ‘스킬’이 사용자에게 주는 재미라고 하면 유닛-혹은 캐릭터의 성장을 통하여 각 사용자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애착을 갖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게임의 플레이 시간이 애초에 짧았던 것이 문제였던 게임인지라, 그런 재미를 주는 것이 거의불가능 했었다-스킬 올리고 뭐 하고 하기 전에 이미 게임이 끝나버리니깐.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으니 당연히 실패 할 수 밖에.

그리고 ‘그것’은 오늘(2011. 10. 20.)로부터 이틀 전의 이야기이다.

아아니 의사 선생 그게 무슨 말이요! 내가 스킬이 없다니!

잘랐다.

무려 4주나 작업한 스킬을 통째로 들어내기로 결정. 테스트 결과를 받아 들고 무려 2주 동안 ‘어떻게 하면 우리가 꿈꾸는 젖과 꿀이 흐르는 스킬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지만, 결국 장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얻은 답은-게임을 다 바꾸기전에는 답이 없습니다. 라는 처방 뿐.

그 결정이 옳은것인가? 에 대한 이중 삼중의 숙고가 있었지만, 현재의 스킬 시스템 그리고 개선안 역시 우리가 목표로 했던 ‘좀 더 숙고가 가능한 전투’와는 거리가 멀었고, 단지 스킬 시스템은 얹혀있을 뿐이었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이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다만 결정 할 때 여러가지로 많이 아프긴 했지만. (…)

재미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는게 맞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출시 이후 당당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결론. 안녕 나의 스킬!